최근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다양한 전동휠을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동휠을 타고 교내를 누비는 다른 학생들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서울대학교의 캠퍼스는 지나치게 넓고 특히 연강으로 인해 캠퍼스를 10분 이내에 가로질러 가야하는 경우에는 교내에서 운행되는 정시성 떨어지는 셔틀을 믿기고 이동하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가한 개인용 교통수단의 수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통수단이 어떻게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아직까지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지 못한 듯하다. 예컨대 중앙도서관의 보행자 터널에 설치되어있는 판넬에는 ‘스쿠터 진입 금지’라고 적혀있다. 이 판넬을 보면 스쿠터가 보행자 터널을 지나가지 못할 뿐, 그 터널을 제외한 인도는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해당 터널의 옆의 인도를 스쿠터가 가로질러 가는 것은 교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이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관리과에서 공지한 원동기장치자전거 사용 시 유의사항 안내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운행 시 차도 통행(보도 통행 불가)’한 교통수단이기에 비단 보행자 터널뿐만 아니라 모든 인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개인용 교통수단에 적용되는 규정에 대한 소문은 무성 하지만 개인용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적용받는 법령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지 물었을 때 대부분 알음알음 주변에서 ‘카더라’식으로 듣게 된 규정에 대해 말할 뿐 이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 듯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위 규정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 도로교통법이라는 사실이다. 만일 서울대학교에서의 전동휠 주행이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하는 사안이라면 위 규정은 법적인 효력을 지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해당 규정은 학교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할 뿐 아무런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 그렇기에 ‘서울대학교 학내에서의 전동휠 주행’ 이 도로교통법의 적용 대상인지 판단해야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먼저 ‘전동휠’이 도로교통법의 적용대상인지 판단을 해보고자 한다. 도로교통법 제 2조를 참조해보면 도로교통법 상 “차마”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하는 단어이며, “원동기장치자전거”란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는 전동휠의 많은 수가 590와트 이상의 정격출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놀랍게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라 생각했던 전동휠은 현행법 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한국소비자원의 생활안전팀에서 제작한 ‘대여 전동이륜차(전동휠) 안전실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세그웨이의 전동휠의 경우 0.33kw의 정격출력을 지니기에 “원동기장치자전거”에 분류되고 있으나, 왕발통, 나인봇, 에어휠 등의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전동휠의 경우 정격출력이 이보다 높기 때문에 그 법적 지위가 다소 불분명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다만 이는 전동휠이 현재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부상함에 따라 발생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이기에 이번 조사에서는 해당 법제적 정의를 따르는 전동휠만을 고려하여 이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나아가 “차마”로 판단하는 것에 무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대법원에서 인정하는 도로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공개된 장소로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92도1662 판례 이후 ‘대학교 부지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내린 것은 두 건 확인해볼 수 있었다. 하나는 96도1848 판결로 성균관 대학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성균관 대학교 교내의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하지 않은 판례이다. 다만 이 경우는 ”교직원과 학교업무에 용무가 있는 자들의 차량만으로 용무를 확인하여 운전면허증을 수위실에 보관시킨 후 출입증을 교부하여 이를 부착한 상태로 출입 및 주차를 허용하고 있고, 용무가 없는 일반인이나 중·고등학생의 보행출입도 통제“하고 있었다는 판결문을 참고해 볼 때 관리의 자주성을 인정받고 외부인의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졌음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은 판례를 서울대학교의 상황에 직접적으로 적용해보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2005도6986 판결로 정수기능대학교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해당 학교 교내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한 사례이다. 하지만 해당 판례 역시 정수기능서울대학교와 서울대학교의 상황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직접적으로 인용하기 어려운 판례이다. 해당 사건에서 정수기능 대학은 ”심야시간에만 정문을 닫고 그 외에는 항상 개방하기 때문에 별다른 통제 없이 누구나 차량으로 통행“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공개된 장소로서 ”공공성이 있는 곳“으로 판단된 것이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자동차가 통행 목적으로 진입할 경우 주차비 명목으로 교통혼잡비를 징수하기 때문에 별다른 통제 없이 누구나 통행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학교의 도로 사용의 판례로는 서울대학교 도로의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서울대학교의 도로와 마찬가지로 법 적용 여부의 유무가 모호한 단지 내의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해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주차장의 도로교통법 적용 유무에 관한 다양한 판례를 찾아보았다. 2000두6909, 2002도6710, 2010도6579 판결의 경우 모두 아파트 내의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가 비록 아파트 주민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더라도 차단기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에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출입이 발생하여 이로 인해 ‘공공성’을 충족되었다 판단하기 무리 없기 때문이었다. 반면 99도2127의 판결에서는 ”아파트 구내에 위치하여 위 아파트 주민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으면서 위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장소로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 등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라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라는 것을 이유로 아파트 내 주차장의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하지 않기도 하였다. 또2004도6779 판결을 따르면 ”외부인이 무단주차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주차구역의 통로 부분은 그 곳에 차량을 주차하기 위한 통로에 불과할 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로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이를 도로교통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도로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판례를 남겼다.
결국 서울대학교 교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판례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유추를 위하여 찾아본 다양한 판례에서 조차 서울대와 동일한 조건을 만족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기에 판례만을 통해서 서울대학교의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인지 판단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는 서울대학교 도로의 특수성에서 기인하는데, 우선 차단기는 설치되어있지만 이는 차량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주차요금을 징수하기 위한 수단이며, 서울대학교 캠퍼스에 방문하기 위한 차량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5511, 5513, 5516, 관악02 등의 버스가 지나다닐뿐더러 다수의 등산객들이 이를 이용하여 관악산신공학관등산로입구에 접근하기에 공공성이 있다 판단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대학교 캠퍼스관리과의 김건 실무관은 ”서울대학교 교내의 도로에서는 도로교통법상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라는 답변을 하며 ”관악경찰서에서도 도로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사고처리를 하고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따라서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도로교통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서울대학교 내부에서 전동휠을 타는 행위는 인도와 차도의 여부와 무관하게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여지가 없다. 어째서 그렇게 많은 전동휠들이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고 활보하지만 마땅한 경찰의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의 교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라 하더라도 ‘원동기장치자전거’로서 준수해야하는 사안들이 존재한다. 도로교통법 2조의 26을 확인해본다면 ”운전“의 정의에 차마의 도로 위 사용이 아니더라도 일부 조문에 따라 도로 외의 곳에서의 사용을 운전의 의미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정의에 따라 비록 서울대 내부의 운전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위의 운전이 아니라 하더라도 음주운전이나 질병이나 약물로 인해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운전을 해서는 안 되며 사고 발생 시 사상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취해야할뿐더러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반드시 제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