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8일, 우리는 부산역에서 내린 후 버스를 타고 봉하마을로 향했습니다. 초여름 날씨의 쌀쌀함과 조금씩 내리는 부슬비는 촬영을 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를 찾기 위해 봉하마을에 온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 젊은 부모, 친구들끼리 모여 온 노인 분들, 봉하마을에서 근무중인 군인 등 우리는 다양한 세대들을 만나 그들이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8살짜리 아이부터 노인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노무현을 추모하러 왔습니다. 아이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모습에 대한 기억이 없었을 텐데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자, 아이는 아버지가 말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과거를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통영에서부터 관광 겸 참배를 하러 왔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평상시 존경했던 노무현 대통령이었기에 봉하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봉하마을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하고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마을 주민 한 분은 너무 아까운 사람을 놓쳤다고 씁쓸히 말했습니다. 우리를 봉하마을까치 태워준 기사님도 노무현 대통령과 친구였음을 알게 된 후 그 분에게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상당히 정직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간단한 답변이었지만, 인터뷰가 끝난 후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장비를 다시 챙기고 버스로 향하는 찰나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우리는 급하게 가장 가까운 건물로 향했다. ‘추모의 집’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우리와 같이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기회를 통해 우리는 어두운 암실 내에 틀어진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에는 생전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모습, 그가 봉하마을 주민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등이 흘러 나왔습니다. 봉하마을에 처음 오자마자 보았더라면 별 감흥이 없었을 영상이었으나, 그를 기억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화면 너머의 이미지로만 느껴졌던 노무현 대통령이 실제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깊게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작은 글귀를 남겨 추모의 벽에 붙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보탰습니다.
봉하 마을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과 그 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봉하 마을은,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은 애정이 담긴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모하러 오고, 주민들은 그에 대해 말할 때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취재는 짧았지만, 그 짧은 시간 내에도 부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국화를 파는 할머니들, 인터뷰 제의에 선뜻 답해주는 주민들, 추모의 벽에 붙은 수 천개의 작은 쪽지들을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봉하마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