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7일 우리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盧武鉉·63) 전 대통령의 9주기를 5일 앞둔 시점이었다. 사저와 묘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사저 부근의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5월 23일. 9년 전 ‘그 날’로 돌아가 그의 행적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10여분 뒤, 노 전 대통령은 유서를 최종저장하고 경호동에 연락을 취한다. 봉화산으로 산행을 나가기 위해서다. 서거 당일 영상이 담긴 CCTV에는 그에게 호출을 받은 이 모 경호과장이 사저 정문으로 다가오는 장면과 그들이 함께 사저를 나서는 장면이 찍혀있다. 그는 초소에서 경례하는 전경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봉화산을 향해 걸어갔다. 이것이 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사저에서 나오면 뒤편에 봉화산이 바로 올려다 보인다. 부엉이바위는 이 산 위 해발 100여m 지점에 있다. 사저와의 직선거리는 200여m다. 그가 산행한 이동경로를 따라 가보기로 했다. 이 때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뿌옇게 흐린 안개에 둘러싸인 바위의 모습이 스산했다.
부엉이바위까지 오르는 등산로는 경사가 급하다. 그러나 비교적 가파른 언덕길에도 불구하고 실제 바위까지 다다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비를 머금어 축축해진 나무들 사이를 걸어 15 분여만에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부엉이바위에 도착하면 처음 보이는 것은 바위를 둘러싼 펜스다. 이곳은 펜스와 철조망으로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이곳에서 잇따른 투신을 막기 위해서다. 2009년 이래로 세 명이 이 곳에서 떨어져 숨졌다.
실제 부엉이바위는 높이 45m의 거대한 바위다. 경사도 70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바위 근처에 다가서면 철조망 너머로 봉하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도 보인다. 다만 바위 밑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봉하마을은 고요했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만이 귓가에 들렸다.
노 전 대통령이 섰던 곳에 접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가 투신하기 전 본 풍경은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풍경을 마지막으로 그는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