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SBS, KBS(KBS1, KBS2), MBC 각각 방송사들의 방송 편성 상태이다. 표의 각 항목을 보면, 각 경기별로 지상파 3사의 중복 중계가 극심함을 바로 알 수 있다. KBS에서는 두 채널에 경기 중계를 겹치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경기별로 3가지 채널이 겹치는 경우는 심한 중복 중계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3가지 그래프가 한번에 나타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동시간대에 같은 경기에 대한 방송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당 시간대에는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경기에 대한 선택권을 지닐 수 없게 된다. 임의로 특정 날짜의 경기 상황과 중계 상황을 비교해보았다.

설 연휴 기간이던 지난 17일 오후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선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미국 선수 린지 본의 경기가 펼쳐졌다. 스키 여제라는 본이 슬로프를 내려오는 모습은 이날 전 세계 주요 방송사가 앞다퉈 방송했다. 하지만 정작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에서 이를 TV 생중계로 본 사람이 없었다. KBS·MBC·SBS 3사가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4시간 넘게 남자 피겨 경기만 계속 내보낸 탓이다.

이러한 중복 중계는 이전부터 매번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지상파 3사에 시청자 선택을 제한하지 않도록 채널별이나 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할 것을 권고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방송사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과다한 중복 방송과 겹치기 편성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특히 리우 올림픽에서는 사전에 15개 경기를 동시 편성하기로 협의했지만, 개회식 이후 48개 중 31개 경기를 중복으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방통위에서는 지상파 3사에 중복 편성을 피해달라 요청을 했지만, 결록적인 중계 실태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실상 시청률과 그에 따른 광고 수익을 염두에 둔 인기 종목 위주의 편성이 노골적이었다. 이는 오히려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 3사에서 모두 중계를 한다는 이들의 입장과 대치되는 모습이다. 매번 같은 방송만 띄워두는 3사에 불만의 목소리에 불구하고, 또 매번 같은 일을 자행하는 모습은 이제 다가오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왕정민 w.jungmin98@iclou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