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부터 3월18일까지 열린 평창 패럴림픽의 한국 첫 메달은 언제, 어느 종목에서 나왔을까. 3월11일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 경기였다. 신의현 선수는 42분28초9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신 선수는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전보다 국민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방송 중계 시간이 적어 아쉽습니다.” 신 선수의 경기 역시 중계되지 않았다.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들은 패럴림픽을 외면했다. 평창 올림픽 당시에는 지상파 방송 3사가 같은 경기를 중복 중계하는 등 ‘전파 낭비’ 논란까지 빚었던 것과 비교된다.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생중계와 녹화방송을 합쳐 각사 평균 20시간 정도를 편성했을 뿐이다(SBS 32시간, KBS 25시간, MBC 18시간). 이에 비해 영국 채널4 100시간, 미국 NBC 94시간, 일본 NHK가 62시간을 편성한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도 들끓었다. 3월16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패럴림픽 중계를 요청하는 글이 150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패럴림픽 중계 대신) 드라마·예능 재방송이나 틀어주는 공영방송은 수신료 받을 자격 없다”라며 수신료 거부를 선언하는 내용까지 있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심야에 편성되어 중계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몇몇 생중계 방송을 제외한 경기 하이라이트 및 녹화 방송은 모두 새벽 시간대에 집중되어있다. 이에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방송사들이 오전 2시에 경기 하이라이트만 내보내고 있어 시청자들은 평창동계패럴림픽을 보기 위해 새벽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동이 힘든 장애인들은 올림픽 경기장까지 직접 가기 힘들어 TV로 봐야 한다”며 “중계를 하지 않는 것은 시청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동시 개최가 의무화된 첫 올림픽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과 2018년 하계와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을 모두 치른 첫 나라가 됐다. 1988년 패럴림픽은 한국에서 본격적인 장애 당사자 운동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공공건물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2018년 패럴림픽은 어떨까. 장애에 대한 국민 인식은 앞서가는데 공중파만 제자리걸음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시사IN 장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