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교활한” 바이러스…20대 무증상 전파 많아

최태현



"오늘 나는 젊은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 당신들은 천하무적(invincible)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3월 21일(현지시간 20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 화상 브리핑에서 경고한 말이다. 그는 "당신이 어디를 가느냐에 대한 선택은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5월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들어 클럽, 주점, 노래방 등을 통한 전파를 통해 20대 확진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5월 연휴 이후 발생한 환자 중에는 20대가 43%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젊은 층에게 클럽, 노래방, PC방 등 고위험 시설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방역 당국의 호소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진 않았다. 여전히 클럽과 노래방 등을 방문하는 청년층은 줄을 이었고, 결국 유흥시설에 대해 각 지자체별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려 문을 닫는 조치로 이어졌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무증상이나 경증인 경우가 많고 증상이 없어도 전파력은 높다고 알려진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월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대는 고령층에 비해 면역력이 튼튼해 코로나19에서도 무증상이나 경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활동 범위도 커 바이러스 측면에선 좋은 전파 매개체인 셈”이라고 말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6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무증상이면서 전파를 시킬 수 있고, (더욱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가장 높은 비율의 전파력을 나타낸다는 점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해 '매우 교활하다'는 표현을 쓴다"라며 “젊고 활동력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경증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 코로나19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교활한’ 특성 때문에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 본부장은 6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많아 현재의 유증상자 중심 방역 체계로는 코로나19 유행을 모두 차단할 수 없는 만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20대는 활동량이 왕성하고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욱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20대를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이하게 여기는 태도가 퍼져 있다. 아래 <그래프1>을 보면 20대가 전체 연령층보다 거의 2배 이상 ‘사람이 많은 장소를 방문해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대구에서는 신천지발 대유행의 여파가 지속되고, 수도권에서도 서울 구로구 콜센터 등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잇따르던 3월말 조사임을 감안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20대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프1> 한국리서치가 3월27일부터 30일까지 조사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현황과 행태’에서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와 관련된 응답을 토대로 만든 차트. 조사 개요와 자세한 결과는 <링크>에 있음.


실제로 5월 6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은 관악구∙도봉구 코인노래방, 홍대 헌팅포차, 인천 학원강사, 음식점 등으로 퍼졌다.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면서 5월 26일 7차 감염까지 확인되었다. 4월30일부터 5월5일까지 이어진 연휴 이후 6일 0시부터 16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336명 가운데 20대는 147명으로 43%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느슨해지고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면서 코로나19 확산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감염은 운’… 사회적 거리두기는 ‘글쎄’


20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면에서 큰 위험 요소이다. 실제로 20대는 코로나19 감염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왜 제대로 지키지 않는지 등을 알아봤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에서 실시한 코로나19 인식조사와 경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4명의 학생과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인터뷰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경북대 학생 2명은 Zoom을 활용했고, 서울대 학생 2명은 대면으로 실시했다.

20대가 코로나19 감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느냐 마느냐는 사실 어느 정도 운이다’는 진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인터뷰이 모두가 ‘감염은 운’이라는 데 동의했다. 경북대 김상구씨(나이, 학과)는 “학원을 가기 위해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취업을 위해 도서관을 가는 등 여러 곳을 다니는데, 내가 가는 곳에 확진자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며 “코로나 감염은 로또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설용씨는 “1월부터 5개월 동안 집에만 있다가, 실험실 때문에 학교에 오게 되었다”며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를 봤는데, 이틀 뒤에 그 친구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며 “결과적으로 코로나에 걸리진 않았지만, 코로나 감염은 운인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서울연구원이 공동으로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18세이상 서울시민 813명을 조사한 결과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느냐 마느냐는 사실 어느 정도 운이다’고 답한 이가 20대는 53.9%, 30대는 62.4%에 이르렀다. 반면 40대는 42.8%, 50대는 43.8%, 60대는 38.3%로, 감염을 위생수칙 준수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의 결과가 아니라 운으로 여기는 이가 젊은 층에서 훨씬 많았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낮은 심각성 인식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하게 실천하는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 1주일간 다중이용시설 자제’에 대해 “항상 실천한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20대가 24.3%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60대는 54.7%, 50대는 47.9%, 40대는 45.4%, 30대는 35.6% 등 연령이 높을수록 실천 비율이 높았다.

인터뷰를 진행한 20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각자 다른 수준으로 실천했다. 인터뷰이는 공통적으로 클럽이나 노래방, 사람이 붐비는 술집 등은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방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반면 음식점이나 카페, 조용한 술집 등에서 친구와 만나는 약속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편이었다. 경북대 이현승씨는 “학교 도서관이 폐쇄되면서 학교 근처 카페는 자리가 하나도 없다”며 “카페에서도 자리를 띄워 앉거나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예진씨는 “특히 생활 방역 이후부터 친구들과 음식점이나 카페 가는 건 크게 꺼리지 않는다”며 “최근 이태원 클럽발이나 관악구 리치웨이발 코로나가 확산되지만 그렇게 큰 경각심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설용씨는 “친구를 만나더라도 집에서 보거나, 최대한 사람 없는 곳을 찾는다”며 “코로나 걱정은 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리서치 코로나19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다른 연령대와 다르게 20대는 친구 및 지인과의 만남을 큰 위험 요소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 및 지인과의 만남을 얼마나 자제해야 하는지에 관해 ‘만날 수도 있다’고 응답한 결과를 보면, 전 연령층에서 19%인 반면 20대는 31%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래프2> 한국리서치가 3월27일부터 30일까지 조사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현황과 행태’에서 ‘친구 및 지인과의 만남’과 관련된 응답을 토대로 만든 차트. 오지선다형으로 ①로 갈수록 만남을 자제, ⑤로 갈수록 만날 수도 있다는 응답. ①+②와 ④+⑤ 항목이 포함되어 각 항목의 합이 100을 초과함. 조사 개요와 자세한 결과는 <링크>에 있음.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된 일상생활의 변화에서도 20대는 다른 연령대와 차이를 보인다. 외출, 외식, 다중이용시설 자제 등 대부분의 질문에서 2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제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소폭 높은 편이다. 특히 ‘지인과 모임, 회식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20대가 전체 연령대에 비해 꾸준히 2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인다.


<그래프3> 한국리서치가 2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9차례의 코로나19 인식조사 중 3차부터 9차까지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 변화’ 항목에서 ‘모임, 회식 취소’의 결과를 토대로 만든 차트. 조사 일시와 개요 및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 있음.


인터뷰이들은 다들 코로나19 감염을 어느 정도 걱정은 했지만, ‘설마 나는 안 걸리겠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김설용씨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한) 각자의 선이 있는 것 같다”며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구씨는 “(코로나가) 젊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큰 거 같다”며 “만약 모두에게 똑같이 치명적이라면 이렇게 돌아다니겠냐”고 말했다. 김예진씨는 “젊은 사람들에게 무거운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나 세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