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흔들어 놓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대한민국 사회에도 수십 년은 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는 사회적 현상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2차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이 18.6%로, 2018년 행해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대표 단체인 학생회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학생들이 나오지 않고, 준비했던 다양한 행사도 취소되면서 학생 사회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사회의 기층이 되는 과/반 사회의 형성이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학생 사회에도 찾아올 것이다. 학생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라져버린 학생들과의 만남, 해답은 온라인?=단과대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경우는 있지만, 새내기 맞이 행사 중에서도 새내기배움터(새터)는 각 단과대 학생회가 준비하는 1년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하지만 모든 단과대에서 올해는 새터가 진행되지 않았다. 인문대 신귀혜 학생회장은 “상황을 지켜보며 당일치기 소규모 새터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보려 했지만, 시기상 너무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라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신 씨는 “사실상 새터 행사는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본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새내기 맞이 행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1학기에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의 편집장을 맡았던 김용훈 전 편집장은 “새맞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신입생들 사이에 유대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심지어는 기숙사생들끼리만, 서울에 사는 동기들끼리만 친해지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 사회의 기층이 되는 과/반 체계가 앞으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학생회 활동 역시 비대면 위주로 강제됐다. 학생 자치의 중심이 되던 동아리 소개제 등의 행사가 모두 열리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만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많은 학생회는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인문대뿐만 아니라 공대, 사회대, 음대 등의 단과대에서 열린 이스포츠 대회가 그 예다. 신 학생회장은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축제 등을 진행할 수 없어서 계획에 없었던 이스포츠 대회를 열었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은 처음이라=1학기 학생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비대면 수업의 진행이었다.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학생 사회의 요구 역시 비대면 수업의 진행으로 인해서다.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가 포함된 전국대학생네트워크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대학에 등록금 환불에 대한 대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등록금 반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공대 최대영 학생회장은 “학교 측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숙사 임시 퇴거자 환불 과정에서 드는 관리비 등 부차적인 비용이 들기도 한다는 설명을 했다”라며 “이런 비용을 다 따져봐서 학생들이 주장하는 시설관리비보다 많이 나올 경우에 학생들은 등록금을 더 낼 의향이 있냐는 학교측의 반문까지 들어 논의를 더 진전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음대와 미대의 경우에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했던 만큼 4월 1일 ‘공동 등록금 보상 요구 TF’를 결성해 대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예술계열 전공 학생에게는 재료비나 시설 이용료 등이 포함된다는 명목으로 일반 학생들보다 비싼 등록금이 부과된다. 음대 김서정 학생회장은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사실상 인문계열 학생들과 다를 것이 없는 수업을 받았는데 등록금을 동일하게 지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개최해서 등록금 환불 등의 이야기를 논의해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학생회장은 “예전부터 차등등록금의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의문이 있었던 만큼 등심위 개최를 통해 충분한 근거와, 등록금 반환,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지출 내역을 요구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학생 사회의 향방에 대한 전망은 지난 22일까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장을 맡았던 공대 최대영 학생회장, 현재 인문대와 사회대의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신귀혜 학생회장과 서혜지 학생회장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학생들이 학생 사회나 학생회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신입생과의 접촉이 줄어든 상황에서 학생회 입장에서 더 힘들지는 않을지.
서혜지: 비대면 상황이라 학생회 활동에 제한이 많다. 축제, 체육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다 보니 가시적으로 학생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점이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힘든 점인 것 같다.
신귀혜: 학생회를 하는 사람이라면 코로나19 이후 아무래도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모두가 걱정하고 있을 것 같다. 하다못해 간식 사업도 학생들이 직접 간식을 받아 가다 보면 ‘학생회가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할 텐데 업무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에게 학생회의 존재를 인식시키기가 힘들다. 온라인으로 어떻게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최대영: 코로나19 이후에 학생들의 관심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눈에 계속 띄고, 어떤 단체인지 설명을 계속해야 한다.
신귀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 있다면 아닌 사안도 있다. 이를테면 작년 도서관 파업 같은 경우에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괴리돼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 의견이 분분했던 것 같다. 이런 문제가 우리의 삶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학생들의 감성에 맞게 말랑말랑하고 재밌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쪽에서 학생 복지를 고려하는 쪽으로 학생 사회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학생회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최대영: 학생회의 정의를 따져보면 결국 학생들의 모임이다. 학생들을 대표해서 활동하는 만큼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학생 운동이 활발하던 시절에는 교내에서 자유로운 상황도 아니고, 제대로 교육을 받기 어려웠기에 사회 운동 자체가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이 외치는 구호나 활동이 학생들의 사이에서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래서 학생회를 하는 사람들이 학생 복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축이 옮겨온 것이 아닐까.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역할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서혜지: 학생회가 학생 복지에만 치중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복지를 신경 쓰는 것은 더 많은 학생들에게 존재를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기반이 된다. 선거를 준비할 때도 재밌는 학생회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참여하기 쉽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만 목소리를 내면 학생들이 학생회가 내는 목소리에 공감하기 힘든 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담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학생회 활동에 대해 학생들이 느끼는 실용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신귀혜: 거대한 이념을 중심으로 움직이기는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 사업만 하고 있기에는 학생회의 집행력이 조금 아깝다. 코로나19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가 있을 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체계화된 조직이 필요하다. 학생 복지나 문화 행사에 집중하되 의제별로 다르게 대응할 수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 코로나 시국에서 학생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성폭력 교수 사건이 터졌을 때 학생들에게 어떻게 피해가 갈 수 있을지 예상하고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등 말이다.
최대영: 코로나19 이후 학생 사회가 옅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란 사람이 만남으로써 형성된다고 생각하는데 가족, 친지 정도와 있는 것이 대부분일 테니 사회라는 개념 자체가 옅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가 꽤 길어지리라 생각하는데, 기존의 학생회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학생회의 활동 영역 자체를 온라인 세계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오프라인으로 구성해오던 많은 학생 활동, 기자회견 등도 가능하다면 온라인으로 바꾸는 등 말이다.
한국 사회 전체에 그렇듯 코로나19는 분명 학생 사회에도 또 다른 위기다. 신입생들의 관심을 얻기 힘들어진 학생회의 존재가 더욱더 옅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학생 사회에도 찾아온다. 학생 사회의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회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