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사] 코로나 지구에서 살아남는 완벽한 방법

송태헌



여행의 끝, 코로나의 시작


200일 간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2월 19일은, 한국의 31번째 확진자가 나타난 다음 날이었다. 그 날 이후 한국은 신천지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나의 일상은 코로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한국이 안전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전 세계 상황이 나빠지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송두리째 뒤바뀌고 있다. 물론 내가 지난 200일 간 다녀온 나라의 풍경들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전 세계 확진자 952만 명, 사망자 48만 명1)을 만들어낸 코로나로 인해 지구인들의 삶과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또 코로나 지구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세계 곳곳에서 직접 만났던 사람들의 달라진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 답을 찾아보기로 한다.



2020년 1월 14일, 이집트 다합


다합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많은 여행자들이 홍해에서 다이빙을 즐기는데, 이곳에서 나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와 프리다이빙 샵을 함께 운영하는 초이앤리 게스트하우스의 사장, 이재철 씨와 최유진 씨를 만났다. 코로나19 이후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긴 다합에서 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Q.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 이후의 일상은 어떻게 다른가요?”

유진 씨 : “코로나 이전에는 항상 일에 대해 생각했어요.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저를 돌보지도 못했어요. 그러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면서, 저도 일을 멈출 수 있었어요. 제 꿈과 삶의 궁극적인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기도 했어요. 요즘 제 일상은 명상, 요가, 책 읽기, 유튜브 보기, 가끔 친구들을 초대해 저녁 먹기, 바다에 스노클링을 가기예요.”


Q. “코로나로 인해 원래 계획하셨던 일들이 틀어지거나 바뀐 부분이 있나요?”

재철 씨 : “원래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를 서점과 문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래서 코로나가 처음 이집트를 강타하고 3일 정도는 패닉에 빠졌어요. 이집트에서의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고, 올해 계획했던 것들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계획을 바꿔서, 한국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도와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이에요. 앞으론 인간적인 소통이 줄어 외로울텐데, 더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거든요.”


(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 순서대로 이재철, 최유진 씨)



2019년 11월 2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두바이에서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면세점에서 일하는 디아나 씨를 만났다. 모스크바 시는 3월 30일부터 전 주민에 자가격리 명령을 했고2), 이에 따라 6월 23일 제한 조치가 완화되기까지3) 병원 방문, 식품·약품 구매 등 긴급 상황의 외출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전혀 불가능했다. 거기에다 코로나19로 하늘 길까지 닫힌 지금, 그녀의 일과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Q. “코로나19로 일상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디아나 씨 : “3월부터 지금까지 휴직한 상태로 거의 집에만 있어요. 국경이 폐쇄되고 비행기를 통한 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저도 일이 없어졌어요. 다행히 회사가 제 월급의 3분의 1을 주고 있어서 이 돈으로 집세랑 식재료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요즘 제 목표는 그냥 제 일자리를 잃지 않는 거예요.”


Q. “코로나19와 관해 러시아나 모스크바 현지 상황은 어떤가요?”

디아나 씨 : “모스크바는 도시 자체가 봉쇄됐었어요. 그런데도 정부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안 해줘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집세를 못 내 집을 떠났어요. 제한 조치 때는 일주일에 두 번만 외출이 가능했는데, 그게 너무 끔찍했어요.”


(사진 오른쪽 디아나 올로바 씨)



2019년 10월 31일, 이란 테헤란


테헤란에서는 현지인 호스트의 집에서 게스트로 지내면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카우치서핑을 통해 피부과 의사 하테레 씨를 만났다. 이란은 올해 3월, 확진자가 3천 명이 넘어갈 당시까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의약품 수입이 금지되어 있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최근에는 이란에서 코로나 2차 파동이 일어나4) 하테레 씨의 삶도 녹록지 않을 것 같다.


(사진 오른쪽 첫 번째 하테레 씨)


Q.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어려움들을 겪고 있나요?”

하테레 씨 : “제 삶 전체가 코로나 이후로 아주 나빠졌어요. 피부 관리는 필수 서비스가 아니어서 저는 클리닉 문을 닫아야 했는데 사무실 월세는 비싸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제 모든 사업이 석달 동안 멈춰서 이번 일로 파산을 하게 생겼어요.”



2019년 9월 13일, 터키 카파도키아


터키에서는 휴학을 하고 세계일주 중인 이한슬 씨를 만났다. 한슬 씨는 1년의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200일 넘게 여행을 하다가, 남미 칠레에서 국경이 폐쇄되기 직전인 3월 말에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현지 상황은 어땠는지, 한국에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한슬 씨에게 물었다.


Q. “남미에서 귀국할 때 당시 현지 상황은 어땠나요? 왜 귀국을 결정하게 되셨나요?”

한슬 씨 : “처음 브라질로 입국했을 땐 남미에 코로나가 없었어서, 오히려 제가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을 걱정했죠. 그러다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늘어나면서 급격히 상황이 바뀌었어요. 처음 칠레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마스크를 쓴 현지인을 볼 수 없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늘었고, 관광지와 상점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여행 내내 인종차별을 심하게 받은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심한 인종차별을 계속 받게 돼서, 이대로 여행을 지속하기 어렵겠다고 결론짓고 급하게 귀국을 했습니다.”


Q. “한국에 온 이후 앞으로의 계획을 어떻게 수정하셨나요?”

한슬 씨 : “원래는 여행과 관련된 일에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사라지거나 불안정해진 직종들이 눈에 띄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비슷한 다른 상황에도 큰 영향을 안 받는 일을 찾아볼까 해요.”


(사진 왼쪽 두 번째 이한슬 씨)



2019년 8월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에서도 세계여행을 하고 있던 김수진 씨를 만났다. 수진 씨는 올 한 해 아프리카로 파견을 가서 안과 의료 봉사를 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교육이 중단되고 파견도 무기한 연기됐다. 1년 치 계획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Q. “해외 봉사를 계획하고 계셨는데, 코로나 이후에 어떻게 계획이 바뀌었나요?”

수진 씨 : “원래는 우간다로 1년 해외 봉사를 갈 예정이었어요. 2월 말에 교육이 다 끝나고 출국 일정만 잡으면 됐는데, 코로나로 모든 게 뒤바뀌었어요. 동시에 제 계획도 한순간에 뒤바뀌게 되었죠. 파견과 관련된 모든 일정이 중단되면서 무기한 대기를 하게 돼서 세 달의 대기로 상반기를 보냈어요. 아직 하반기 파견을 대기하는 중이긴 하지만 파견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코로나가 완전히 잠잠해지면 다시 도전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알바를 구해서 일을 하고 있고, 취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사진 오른쪽 첫 번째 김수진 씨)



2019년 7월 30일, 몽골 울란바토르


몽골에서는 투어 가이드로 한국어를 잘 하는 노민 씨를 만났다. 노민 씨는 올해 2월부터 한국 포항에서 교환 학생으로 체류 중이다. 코로나 시대의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노민 씨에게 물었다.


Q. “이 시기에 몽골이 아닌 한국에 계신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노민 씨 : “한국에서 살고 있거나 여행하러 온 몽골 사람들이 국경이 닫혀 몽골로 못 돌아가고 있는데, 일도 못 구해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한국으로 특별 전세기가 한 달에 몇 번 오긴 하는데, 임산부나 노약자들을 먼저 태워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교환 학생이라 학교를 가고 싶은데 지금은 학교도 못 가고, 알바도 못 해서 힘든 상황이에요.”


Q.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몽골 현지의 상황은 어떤가요?”

노민 씨 : “몽골에서도 해외에서 귀국한 몽골 사람들 중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인구 수가 적다 보니 정부가 조심하는 부분이 많아서, 국경도, 영업하는 상점들도 다 닫고 학생들도 학교를 못 간지 6개월이 넘었어요.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에요.”


(사진 오른쪽 세 번째 앞 줄 노민 씨)


코로나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로 세계 곳곳에서 각각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나라의 정부와, 국제 기구와, 기업들이 인류의 위기를 잘 견뎌내기 위해 서로 힘을 모아야 하고, 개인들은 각자의 삶을 이어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려운 이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버터낼 수만 있다면 다시 반짝반짝 빛나는 날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 지구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의 인류에게 늦지 않게 그 날이 찾아오기를 바라본다.



1) 출처: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 (cononaboard.kr). 2020년 6월 25일 오전 11시 기준. 1만 자리 이하 내림

2) 출처: 연합뉴스 기사. 2020.03.20.

3) 출처: 연합뉴스 기사. 2020.06.25.

4) 출처: 매일경제 기사. 202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