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특별 기획] 식단을 감싸는 화려한 조명과 그 뒤

강건우



코로나 19는 사람들의 일상을 불가역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변화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지만, 자신이 어떤 계층에 속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인다. 그러나 20대, 그중에서도 자취하는 20대에게는 한 가지 공통적인 변화가 있다. 바로 먹거리다. 코로나 19가 주로 감염되는 경로가 코와 입이라고 밝혀진 탓에 옛날과 같이 모여서 하는 식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혼자 자취하는 20대에게 식사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문제다. 우선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1인용 식자재가 보편화 된 일본과 다르게 대부분의 한국 마트에서는 2~4인 가정에 맞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취생들은 매일 요리하지 않는다면 밖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요리 준비와 뒷정리, 남은 재료들을 처리하는데 드는 시간도 문제다. 식사 한 번을 위해 2시간을 쏟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때문에 대다수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근처 식당이나 학식, 혹은 회사식당을 이용한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이러한 방법은 모두 불가능하게 되었다. 식당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기 힘든 탓에 코로나 19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들은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을까? 코로나 19시대로 인해 바뀐 그들의 먹거리 문화와 그 뒷면을 본 기자가 취재했다.


△ B 씨의 식사일기 중 일부(위)와 김민혁 씨의 식사일기 중 일부(아래)


심층 취재를 위해 서로 다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2명의 20대를 선정하고 5월24일부터 6월14일까지 총 3주 동안 각각 어떤 방법으로 식사를 해결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받았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일상과 생각에 대해 인터뷰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22세 B 씨와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27세 김민혁 씨가 참여했다.



◆ 배달로 식사 해결, 새벽에도 다양한 메뉴 주문 가능


김민혁 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현재 영상편집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거나 규모가 작은 유튜버나 인터넷방송인들이 그의 고객이다. 김 씨는 직업 특성상 불규칙한 생활을 이어나가기 때문에 하루 한 끼에서 두 끼 정도만 먹는다. 코로나 19가 퍼지기 전에는 자취방 근처의 24시간 식당이나 배달로 식사를 해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식사를 배달로만 해결하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에는 아무래도 식당을 가는 게 꺼려지더라고요. 사람이 없는 새벽이나 아침 시간대에 가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식당 주인들이 주기적으로 가게 소독을 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한다고 하지만 매일 날아오는 확진자 재난문자는 김 씨를 겁에 질리게 했다. “혹시나 내 옆에 앉는 사람이 잠재적 확진자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그냥 모든 끼니를 배달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김 씨는 위험을 감수하고 식당에 가는 것보다, 비싼 수수료를 내더라도 배달로 해결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배달은 음식과 접촉하는 사람이 적을뿐더러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요청사항을 통해 받을 때도 비대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내준 3주간의 기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식사를 배달 전문식당에서 주문했고, 받을 때는 모두 문 앞에 놔둔 뒤 문자를 달라고 해서 배달원이 사라진 뒤에 받았다. “코로나 19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기회가 된 거 같아요. 어쨌든 먹기는 먹어야 하니까요” 김 씨에게 코로나 19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접하는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배달을 취급하지 않던 식당들도 줄어든 매출 압박에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 위메프오에서 하는 배달 할인 이벤트(좌)와 요기요의 배달비 무료 이벤트(우)


김 씨에게 호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위메프오 등 다양한 배달 앱이 경쟁적으로 배달 수수료 할인 이벤트를 내세웠고 가게들은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영업시간을 늘렸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국밥이나 치킨, 피자 등밖에 없는 탓에 김 씨는 늘 같은 메뉴만 먹었다. 그러나 배달 가능한 가게가 늘어나고 영업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벽 시간에도 초밥이나 카레, 파스타 등 다양한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는 그에게 다양한 메뉴를 집에서 즐길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다.



◆ 온라인 반찬가게를 통해 주문, 건강과 맛 모두 챙길 수 있어


B 씨는 부산대에 재학하고 있으며 학교 근처 자취방에 거주하고 있다. 코로나가 지금처럼 일상화되기 전, 그녀는 대다수의 끼니를 학식으로 해결했다. 3학년으로 올라간 탓에 전공이나 영어 공부, 자격증 취득 등으로 바빠졌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가끔 기분을 전환하고 싶거나 다른 메뉴가 당길 때는 닭발이나 일본식 라면 등, 대학가에 있는 다양한 가게들을 방문해서 친구와 함께 식사했다. 부모님이 자취방에 찾아올 때는 소고기같이 비싼 외식을 즐겼다.


△ 씨가 주로 먹었던 부산대 학식, 정해진 식단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B 씨 역시 김 씨처럼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다. 뒤처리에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요리는 안 해요.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재료도 너무 많이 남아요.” 가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 때만 요리를 할 뿐, 식사는 모두 밖에서 해결했다. 그녀는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 19가 퍼지고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학식과 외식 모두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학교 측에서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믿음이 가질 않죠. 당장 어떻게 전염되는지도 확실하지 않잖아요? 외식은 더욱더 그렇죠.”


△ 온라인 반찬가게인 마켓 컬리에서 파는 다양한 반찬들, 유명 레스토랑과 연계한 식품이 눈에 띈다


그녀의 해결책은 온라인 반찬가게였다. 쿠팡의 로켓 프레시나 더 반찬 등,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완제품이나 반조리 제품을 구매해 식사를 해결했다. “배달은 가격도 가격인데, 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계속 먹으면 몸이 망가지는 게 느껴져요. 좀 번거롭더라도 직접 반찬을 사서 해결하고 있어요” 이런 사이트들은 매일 오전 7시 전에 집 앞으로 배달되어 신선할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또 고기나 생선 등 주요 반찬은 1인분인 경우가 많아 잔반에 대한 부담도 없다.

B 씨는 코로나 19 이후 식비가 1.5배 정도 늘었지만, 집에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점은 좋다고 한다. “반찬가게라고 정해진 것만 파는 게 아니라 유명 쉐프나 레스토랑과 협업한 상품도 많아요. 물론 직접 가서 먹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싼 가격에 맛보는 게 좋았어요.” 온라인 반찬가게에서는 집에서 쉽게 하기 힘든 등갈비나 멘보샤, 심지어 마라샹궈 같은 중식도 1~2인분씩 포장해 판매되고 있었다. 그녀에게 코로나 19는 온라인 반찬가게를 알려준 변화였다. “온라인 반찬가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메뉴를 팔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앞으로 특별히 기분 내는 날이 아니면 모든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려고요.”



◆ 누군가에게는 기회, 다른 이에게는 전쟁


김민혁 씨와 B 씨 모두 코로나 19가 자신들의 식단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해줬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가 모두에게 혜택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누군가는 코로나 19와의 최전선에 내몰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7일, 쿠팡의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 19 대규모 감염사태가 일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쿠팡 관계자 G 씨는 코로나 19로 인해 과도하게 늘어난 업무가 사태의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과 비교해서 배송량이 2.5배 늘었어요. 신선식품이나 반찬만 따지면 3배가 넘습니다.”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하기 위해 한계 이상으로 신입을 뽑았고, 이는 관리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 코로나 19 대규모 감염 사태가 터진 쿠팡 부천 물류센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부업체를 고용해 진행하는 방역 대책도 직원들에게 부담이다. “KF80 마스크를 쓰면 숨 쉬는 것도 힘들어요. 그런데 배송 물품들 옮기고 포장하는 것도 모자라 거리까지 유지해야 하니까 미치는 거죠” 심지어 이 업체가 내놓은 초기 방역 대책에는 업무 중 물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20대의 식생활은 분명히 변했다. 변화된 식문화에서 즐거움을 찾은 이들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식생활에서 배달이나 온라인 배송의 파이가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뒤에는 다른 이들의 희생이 짙게 깔려있다.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다른 이에게는 전쟁으로 다가온다. “어떤 사람은 화려한 식단을 접한 기회를 얻었지만, 저희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뿐이에요.” 인터뷰 말미, G 씨의 마지막 외침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