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의 유혹.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바쁘다. 길 위에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좀비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스마트폰 신인류가 바로 ‘스몸비(smartphone + zombie)’다. 그런데 이 현상에서 어린 아이들도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이들이 얌전히 밥을 먹게 하도록 하기 위해 스마트폰 영상을 틀어주는 부모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요즘, 아이들을 달래거나 놀아주는 용도, 혹은 교육적 차원에서도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물을 많이 활용하곤 하는 추세다. 성인들 마저도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도 많은 수준에 이른 오늘날, 스마트폰의 사용 연령대 또한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몸비의 확산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까?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일상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가장 우선이고, 스마트폰 이용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지면서 주변 사람과 갈등을 겪거나 신체적 불편을 느끼는 현상을 나타낸다. 과의존위협군은 고위험군과 잠재적 위험군을 합친 수치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과의존위험군으로 분류된 비율은 전체 19.1%였다. 그 중에서도 유아동(만 3~9세)이 20.7%, 청소년(만 10~19세)이 29.3%로 타 연령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인은 20대가 24.0%, 30대가 18.2%를 기록했으며 성인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과의존위험군으로 분류된 비율이 낮아졌다. 결국 국민 5명 중 1명 꼴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위의 통계자료에서 잠재적 위험군을 따로 빼서 보면, 유아동이 18.7%, 청소년이 25.7%로, 아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근본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가 내놓은 분석을 통해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의 위험성을 보다 실감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언어발달 지연으로 치료받은 영유아 30명(평균 생후 33개월)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아동 66명의 미디어 노출 형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언어발달이 지연된 영유아들 중 63%가 하루 2시간 이상 미디어에 노출됐으며 미디어를 처음 접한 시기는 언어발달지연군의 95%가 생후 24개월 이전이었다. 또한 혼자 미디어를 시청한 아동은 79%에 달했다. 연구를 담당한 김성구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비롯한 미디어는 빠르게 지나가면서 시각중추만을 자극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까지는 활성화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영상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타인의 감정을 읽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노출되는 '시간' 뿐 아니라 처음 노출이 시작되는 시기, 그리고 수동적인 시청에 의해서도 언어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유치원생의 82%가 없다고 답했다. 청소년과 성인, 60대 모두 교육 경험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아동들이 스마트폰에 대해 아무런 준비, 대책, 사전교육 없이 바로 노출된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통계다. 더불어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모의 경우 자녀가 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보다 체계적인 아동 과의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이용 교육에 대한 양적 수요와 필요성은 늘어났는데 그에 대한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2일, 정부는 ‘스마트폰 과의존 범부처 대응체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그간에는 스마트폰 과의존을 관리하는 부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었는데, 이들 간의 실무를 강화해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상반기 중 통합 안내 시범 사이트를 구축해 전문가 및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필요 예산을 확보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정규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대응체계 개선과 통합안내를 통해 2019년도에는 배움, 상담·치유, 사회기반, 소통·참여 등 4대 정책영역에서 15개 중점과제, 51개 세부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특히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관리 강화 및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정책 의제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스마트폰 중독 관련 상담과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스마트쉼센터'를 중심으로 영아부터 고령층까지, 가정에서 지역사회까지 빠짐없이 촘촘한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올해 그 추진과제를 이행할 예정이다.
성인 또한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거북목, 안구건조, 피부노화 등 신체적인 불편함과 더불어 심리적인 의욕저하, 무기력 등 다양한 문제를 겪게 된다. 영유아의 경우 아직 정신적, 신체적으로 거의 발달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스마트폰 과의존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의 변화와 더불어 1차 사회화 기관인 가정 차원에서도 보호자부터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추어 자녀가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를 시청할 때 부모와 함께, 상호 교류 속에 제한된 시간만 시청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디지털데일리, "영유아·고령층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 강화" https://n.news.naver.com/article/138/0002072108
MBN 뉴스, “우리아이가 스마트폰 중독?…유아동 5명 중 1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http://www.mbn.co.kr/pages/news/newsView.php?news_seq_no=3758009
데이터솜, “영유아 스마트폰 자주 노출되면 언어발달 지연될 수 있어” http://www.datasom.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758
통계청 조사,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