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그 후, 마약범죄의 현주소”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경찰에서는 이 기간을 마약류 투약자 특별 자수 기간으로 지정하고 해당 기간에 자수한 사람들에게는 형사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의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 2월 25일부터 마약류 집중 단속에 돌입한 데에 이어 이번 특별 자수 기간 운영까지, 경찰은 마약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분명히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촉발된 마약사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반영돼 있다. 그렇다면 버닝썬 사건은 어떻게 시작돼 마약 사건으로 발전했을까.
사건은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탄 강남의 한 클럽, ‘Burning Sun’에서 있었던 폭행 시비에서 시작된다. 작년 11월 24일, 단순 폭행의 피해자였던 김상교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가해자인 버닝썬 관계자보다도 더 가혹한 취급을 받는다. 김씨는 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의심됐던 부분은 경찰과 클럽 간의 유착관계였지만 곧이어 12월, 김 씨의 SNS를 통해 약물에 의한 성폭행을 당했다는 제보들이 이어졌다. 이후 김씨는 내·외부 제보자들과 클럽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약물 성폭행’에 대해 취재하며 폭로를 준비한다. 마침내 1월 28일, MBC를 통해 폭행 사건이 보도되자 김승교씨의 이야기는 ‘승리 게이트’와 함께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언론사들의 후속 보도를 통해 연예인과 재벌 3세들의 마약 투약 혐의가 줄이어 드러나며 약물 문제 자체가 그동안 만연해왔던 사회문제였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에 경찰은 2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전국적으로 집중 단속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MBC 뉴스데스크 2019-01-28: [클럽 '버닝썬' 사건] 붙잡고 '집단폭행'했는데…"맞은 사람이 ‘가해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9-04-01: [인터뷰] 버닝썬 김상교 "'기도'들 찾아와 어머니 협박까지"
3월 26일, 경찰청은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 1개월 시행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경찰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2월 25일부터 3월 25일까지 관련 사범 523명을 검거했고, 이 가운데 216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아래는 그 구체적인 항목들을 작년 동기간(2018-02-25 ~ 2018-03-25)의 단속 추이와 비교한 결과이다.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511명)은 전년 같은 기간(393명)보다 30%가량 증가했으며 구속 인원(211명)은 작년 같은 기간(128명)보다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종류별로는 '물뽕'(GHB)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 421명(82%)으로 가장 많았고, 대마 사범이 69명(14%), 코카인 등 마약 사범은 21명(4%)이었다. 이러한 비율은 2018년도 동기간과 일치한다. 유형별로는 투약자 391명(76.5%), 판매책 115명(22.5%), 제조·밀수책 5명(1%) 순이었다. 2018년도 3월 대비 투약자 검거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검거 인원 증가에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 사건은 판도라의 상자 역할을 했을 뿐 마약 문제는 근래에 들어 지속돼온 문제였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뿐만 아니라 경찰계의 많은 마약 전문 인력들은 그동안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된다, 밀수범들은 정보통신이 발단한 만큼 그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 단속과 잠복 단속과 같은 마약에 대한 새로운 단속법을 확대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기해왔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던 이유는 한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어느 때 부턴가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이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 연예인이나 재벌들이 저지르는 일탈 범죄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서 2012년~2013년에 걸쳐 이루어진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다.
부산대 환경공학부 오정은 교수팀과 호주 퀸즐랜드대 환경독성연구센터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공동으로 우리나라 생활하수 원수를 채집해 마약 잔류물질을 검사했다. 부산의 하수처리장 10곳과 울산 하수처리장 2곳 그리고 경남 창원과 김해 밀양 등 3곳을 합해 모두 15곳의 하수처리장에서 원수를 채집하였는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하수 속에 잔류하는 마약류 분석을 통해 전체 마약 소비량을 추정하는 ‘하수 역학(sewage epidemiology) 방식을 처음 시도해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 교수팀은 국내 인구 천 명당 필로폰 사용량이 22mg에 달하고 전국 암페타민 연간 사용량은 약 410kg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 대검찰청 마약백서에서 연간 압수된 필로폰 양인 21kg 보다 20배가량 많은 수치로, 필로폰 등의 마약이 대중 생활 주변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좀 더 살펴보자.
연구팀은 채집한 시료에서 마약 잔류물질 17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필로폰 성분인 ‘메스암페타민’과 각성제인 ‘암페타민’ 마약성 진통제인 ‘코데인’이 검출됐다. 밀양의 한 시료에서는 속칭 ‘러브 드럭’으로 불리는 당시의 신종 마약, MDA 성분도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의심 성분들이 나왔다고 하여 마약 투약이 늘었다는 가설을 세우는 것이 타당할까?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때 몸 밖으로 메스암페타민과 암페타민으로 분리 배출된다고 한다. 즉 필로폰 100 %를 투입했을 때 몸 밖으로 메스페타민이 43% 암페타민이 4~7% 정도 배출되는데 그 비율이 5.1~ 10.3의 범위 안에 있으면 인체에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프의 참조 구간의 필로폰 항목 참고)
부산시의 경우 전체 3백 70만 명의 인구 가운데 3750명이 마약을 투약하고 있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2012년 기준 사법당국에 적발된 부산지역 마약사범은 792명이었다. 따라서 작발 비율은 21%에 불과하고 80% 가량은 마약을 투약하고도 적발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울산시의 경우도 적발된 마약 사범은 45명인데 반해 마약 사용자는 490명으로 적발된 비율은 9%에 불과했다. 김해시의 경우는 1090명이 마약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 마약사범 적발은 한 명도 없었고 밀양도 적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즉, 마약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중·소 도시일수록 실제 마약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위의 연구는 2012년~2013년에 이루어진 연구임에도 일반 대중들이 파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마약 범죄의 모습보다 더 문제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연구가 나온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사범에 대한 사법처벌이 강화되었을까? 충분히 강화됐다면 왜 지금, 2019년에 이르러서 장기화되는 마약 게이트가 전국의 언론을 도배하고 있을까.
2013년 이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마약 사범이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그럼에도 검찰에서 발표한 2017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사법적 처벌 강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심 재판 결과 벌금과 집행 유예 선고 횟수가 특징적으로 늘었고 3년 미만의 징역형 선고 횟수가 줄었다. 이 밖에 7년 미만 10년 이상 징역형 선고가 일부 증가했으나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의 경우는 오히려 감소하였고 사형은 선고된 바가 없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소위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고 그 진입장벽을 낮출 것이다. 따라서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법적인 해결은 이번 게이트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라면, 이제 문제를 표면화하고 재활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마약 중독의 문제는 대마초등이 합법인 국가들에서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도 대두된다. 이에 외국에서는 그 중독 치료를 위한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돼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인프라 건설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
집중단속을 통한, 그리고 특히 새로운 마약 유통 경로에 대한 단속과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 그리고 재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 ‘김상교씨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번 마약 게이트가 우리 사회를 위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