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겐 너무 높은 ‘10cm의 문턱’

2017-14951 언론정보학과 신경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고 있지만, 편의점과 약국의 입구에 낮은 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이 낮은 턱 때문에 생활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문턱이 10cm만 넘어서도,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게를 들어가기에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게 입구에 단이나 계단과 같은 장애물이 있는 경우, 휠체어 경사로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장애인들의 이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한다. 장애인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중이용시설에는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평소에 많이 이용하는 시설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얼마나 잘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자.

위 그래프는 보건복지부에서 5년을 주기로 제공하는 전국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비율 현황을 보여준다. 모든 구들의 장애인 편의시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 중 시설의 출입과 관련된 매개 시설에 해당하는 ‘접근로’의 설치율이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자료를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 대상에 속하는 소매시장과 일용품 판매점의 약 87% 이상에 접근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두번째 그래프는 보다 최근인 2017년의 자료로, 서울시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을 보여준다. 서울시 내 자치구 별로 매개 시설(경사로)의 설치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중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자치구들의 설치율이 95%가 넘고 있었다. 설치 대상에 속하는 대부분의 가게들에 장애인의 출입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장애인 인권 단체들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과 관련된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바로 법적 기준에 있었다. 편의시설 설치 대상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수퍼마켓, 일용품(식품, 잡화, 의류, 의약품 등) 등의 소매점으로서 동일한 건축물 안에서 당해 용도에 쓰이는 바닥 면적 합계가 300제곱미터 이상 1천제곱미터 미만인 시설 ”

‘300제곱미터 이상의 시설에만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면 된다’는 건물 면적 기준이 부적절했다. 2017년 기준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소매업종들이 300제곱미터 보다 적은 면적에 해당했다. 전국 사업체를 산업별로 구분해보았을 때,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속한 종합 소매업의 경우 약 91.7%가, 약국이 속한 의약품 소매업의 경우 약 99%가 경사로를 설치할 법적 의무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2017년 인권위원회는 50제곱미터, 즉 15평 이상의 시설에도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정부에 권고하였다.

50제곱미터 이상으로 설치기준을 개정하는 경우 설치 대상의 수는 아래의 그래프처럼 변하게 된다. 전국의 슈퍼마켓과 편의점, 그리고 약국의 64%에 경사로 설치 의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규정과 비교해보았을 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권고를 수용하여 세부기준 마련 등을 위해 현재까지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예산을 확보한 뒤, 2020년부터 시행하기로 밝혔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정부 내의 공감대는 적은 편이다. 기획재정부는 소형시설들의 경사로 설치 유인책으로서 투자비용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인권위의 권고에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편의시설 설치에 따른 시설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로법을 개정해서 도로점용료를 감면시켜주자는 권고에 사실상 불수용 의사를 전했었다.

그러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신속한 제도 정비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경우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한 소형 시설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고, 스웨덴은 현재 구성원 1명 이상의 모든 식당과 회사에 경사로, 보행로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법률에 명시된 바와 같이 '장애인 접근권'에 따르면,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특히 편의점과 약국 같은 시설들은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설들이라는 점에서 장애인들의 이용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시설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설치대상 기준 강화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실질적인 설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유인책을 실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참고

보건복지부, 장애인편의시설설치현황조사,2013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보고서’시도/산업/사업장 건물면적규모별 사업체수’, 2017

서울특별시 복지본부 장애인자립지원과, 서울시 장애인 편의시설 통계, 2017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편의증진법)」,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12555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