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시선과 직결된다. 또한, 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아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으며, 그들이 학대받는 상황을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우리 사회가 어느정도의 성숙함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동학대 현황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아동학대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알아보고, 과연 그 생각은 정확한 것인지 알아보자.
보건복지부의 2016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총 아동학대 사례는 18700건으로, 추계아동인구인 만 0세에서 17세까지의 8,694,953명의 아동 천 명 당 2.15명 꼴로 아동학대 사례가 발견되었다.
이 중 친부모가족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9,931건으로, 전체의 53.1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는 과반이 넘는 수치로, 통념과는 다르게 친부모가족에서 더 많은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데에는 정상 유형의 가족’과 ‘비정상 유형의 가족’을 구분해, 이런 가정의 형태가 아동학대의 발생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깨는 수치이다.
보통 아동 학대, 매정한 부모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계모’다. 그렇다면 계모의 아동학대가 실제로 빈번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부모 중 부의 학대가 월등히 많았고, 그 중에서도 친부의 학대가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계모’의 학대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한 친부모, 계부모, 양부모 순으로 학대가 많았다.
아동학대는 보통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신체학대만, 정서학대만, 성학대만 하나씩 일어나지 않는다. 중복학대를 별도로 분류한 자료에는 여러 학대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중복학대가 8,980건으로, 절대적으로 많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보통 정서학대와 신체학대가 결합한 유형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총 18700건의 학대 중 7085건으로 37.9퍼센트를 차지했다.
중복학대를 제외한 자료를 보면 정서학대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정서학대가 단독으로 일어난다기 보다는 다른 유형의 학대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감상 다른 종류의 학대보다 정서학대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빈도가 가장 잦고 여러 유형의 학대와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심각하게 다뤄야 하는 사항이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김혜련, 이재연 1994) 아동의 정서적 부적응 행동을 설명하는 가장 큰 주효과로 작용하는 변인은 언어적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어의 모호성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정서학대라고 하면 보통 언어적 학대만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통계 분류시에는 감금과 억류 등도 모두 정서학대에 포함된다. 언어적 학대와 감금, 억류는 분명히 그 맥락과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처리했을 때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혼용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신고 요령에 따르면,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받지 못하는 아동을 보았을 때’, ‘반복적인 상처와 부상을 입은 아동을 보았을 때’, ‘보호자가 아동의 상처, 질환에 대한 치료를 거부할 때’, ‘잦은 결석 또는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할 때’, ‘친족 성학대, 성매매가 의심되는 아동을 보았을 때’ 신고의무자는 신고 해야한다.
하지만 신고의무자 유형을 보면, 이웃이나 친구, 친인척보다 피해 아동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기 때문에 성학대, ‘반복적인’ 상처와 부상 등을 알아채거나 증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한 신고의무자는 명목상 의무자일 뿐, 강제성이 없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0조에 의해서 신고의무자가 지정 되어있으며, 신고의무자 교육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강제성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비신고의무자와 신고의무자의 구분은 법령과 교육시행의 유무로만 존재할 뿐인 것이다.
그럼 이런 아동학대는 어떻게 사회에 드러나게 되는걸까? 보통 신고를 통해서 아동학대 상황을 알게 되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끝내는데 신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이터를 보면, 신고의무자보다는 비신고의무자의 신고 건수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상당수의 아동학대 신고가 비신고의무자의 신고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데이터로 알아봤다. 실제 데이터가 이러한 편견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그리고 이 데이터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친부모 가족이라고 해서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며, '계모'보다는 '친부'의 학대 발생 건수가 많으며, 때리지 않는다고 폭력이 아닌것이 아닐뿐더러, 학대유형의 분류체계는 혼란스럽고 신고 의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의무가 아닌'사람들보다 신고하지 못했다.
이제 이런 현황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는 모두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1) Kosis(국가통계포털), http://kosis.kr
2) 보건복지부, 2016_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3) 김혜련, 이재연, 부모의 언어적 학대와 아동의 정서적 부적응행동과의 관계, 한국아동학회, 아동학회지15(1), 91-108pp,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