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에이즈와 동성애



2017.4.25 JTBC 한국정치학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동성애 때문에 지금 얼마나 우리 대학민국에 에이즈가 1만 4천 명 이상 창궐하는지 아십니까."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에 대해 SBS, 조선일보, JTBC가 팩트체크를 실시했고, '대체로 사실 아님' 또는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다. 이들이 활용한 데이터는 질병관리본부와 UNAIDS의 2016년 자료다. 홍 후보가 이 사실을 주장한 시점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바로 그 시점에 해당하는 2017년 데이터를 활용해 검증해도 결과는 같을까?



에이즈란?

에이즈는 우리말로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이라고 하며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에 감염되어 발생한다. 흔히 HIV 감염과 에이즈를 혼동하는데 모든 HIV 감염인이 에이즈 환자는 아니다.

HIV 감염인’은 체내에 HIV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총칭하는 개념이고,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 이후 면역체계가 손상돼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에 의한 기회감염이 생긴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에이즈가 1만 4천명 이상 창궐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2017년까지 국내 HIV/AIDS 환자 수는 모두 1만 2320명이다. 이 숫자엔 HIV에는 감염됐으나, 아직 에이즈 환자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포함돼 있다. 홍 후보가 밝힌 에이즈 환자 1만 4000명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오히려 국내에서 통계가 시작한 1985년부터 2017년까지의 누적 신고 건수 1만 4593명과 근접한 숫자다.







에이즈는 동성애 때문이다?

에이즈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에이즈 원인은 주로 성접촉이며, 동성이냐 이성이냐가 아니라 감염인과의 접촉이 있을 때 감염 확률이 높은 것"이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 HIV/AIDS 통계를 보면 신규 감염 내국인 1,009명 중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질문에 응답한 사람은 753명이며, 이 중 752명은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라고 응답하였다. 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은 358명 48%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 394명 52%와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1985년부터 2017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이성간 성접촉과 동성간 성접촉이 거의 같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동성간 성접촉이 이성간 성접촉보다 많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그러나 국내 동성애자의 비율이 이성애자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고 건수 중에서 동성애자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무응답'이 256명 25.4%나 되기 때문에 이들의 감염경로를 포함하는 통계 결과는 알 수 없는 것도 맞다.



HIV 감염확률은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보다 높다. 성관계 형태가 항문 성교이기 때문에, HIV 감염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이다. UNAIDS에 따르면, 동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은 이성과 성관계하는 남성에 비해 HIV 감염 위험이 27배 높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마약 중독자 23배, 성매매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 역시 각각 13배, 12배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HIV 감염은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자의 HIV 감염 원인은 동성애자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보호 시스템의 미비 등 국가적 차원에 있다. 마약 투약자나 성매매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의 감염 위험이 동성애자 못지 않게 높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HIV 감염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그리고 그것의 예방 역시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보호가 있다면 모두에게 평등할 수 있다.



총평



에이즈가 1만 4000명 이상 창궐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홍준표 후보의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SBS, 조선일보, JTBC 등 기존 팩트체크 결과는 2017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