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어느 정권 때 가장 심했을까?

미학과 박진희


작년 대통령 선거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소득분배 지니계수가 노무현 정부 때 가장 나빴다"고 주장했었다. 다분히 좌우 진영논리를 전제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KBS, 조선일보, YTN 등 여러 언론에서 펙트체크한 결과, 지니계수가 가장 높았던 때는 이명박 정권 때로 밝혀졌다. 조선일보의 펙트체크 결과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때 연평균 지니계수는 0.281, 이명박 정부(2008~2012년)는 0.290이었다. 물론 홍준표 후보의 말이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은 아닐 수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지니계수로 측정된 사회적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상이 기존 언론들의 펙트체크에 대한 간략한 요약이다.

그러나 단순히 지니계수만으로 한국의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일각에선 지니계수 자체가 불평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기사는 우선 지니계수뿐만 아니라 소득5분위배율, 소득10분위배율, 중위소득 기준 중소득층 비율 변화 등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을 통해 과거 정권들에서의 불평등도를 살펴보았다. 또한 지니계수나 여타 다른 불평등 지표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약자로 지적되는 노인들의 빈곤 문제와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실태 또한 살펴보았다.


기사의 내용을 전개하기 전에 우선 밝혀둘 점들이 있다. 본 기사에서 참고한 일차자료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와 '인구총조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빈곤통계연보' 2017년판 등이다. 각각의 통계들에서 조사대상과 시기 및 사용된 불평등 지표 등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06년 이전에 산출된 지니계수는 2인 이상의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2006년 이후엔 1인가구도 조사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산출된 지니계수와 1인가구를 포함해 산출된 지니계수는 그 값이 다르다. 이렇게 통계자료들마다 다른 조사대상과 시기 및 불평등 지표들은 본 기사의 시각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다루고자 한다.

또한 본 기사는 노무현 정권 이래 이명박, 박근혜 정권까지의 불평등 추이에 대해 주목했다. 그렇기 때문에 본 기사의 초점은 노무현 정권 출범 첫 해인 2003년부터 박근혜 정권이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던 2016년까지의 불평등 추이다. 물론 본 기사가 참고한 모든 일차자료가 정확히 이 시기를 다루진 않는다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기사에서 언급되는 모든 소득불평등 지표는 모두 가구 또는 개인의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했다. 가처분소득이란 가계의 수입 중 가계가 소비나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며 총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세금이나 의료보험료 등)을 제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먼저 지니계수의 추이부터 보자.



위의 그래프는 2003~2016년까지의 2인이상 가구의 지니계수 추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2006년 이전에 지니계수는 1인가구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 출범 첫해인 2003년부터 2016년까지의 지니계수 추이 분석을 위해 우선 2인 이상 가구들의 지니계수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가장 높았던 해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 첫 해인 2008년으로서, 지니계수 값은 0.296이었다.

하지만 그래프의 전체적 추이를 살펴본다면, 노무현 정권 때 지속적으로 높아지던 지니계수가 이명박 정권 출범 첫해 이후 낮아지다가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에 다시 반짝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 추이를 3가지로 정리해보자.

첫째, "노무현 정권 때 한국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심해졌다." 둘째, "이명박 정권부터 불평등 정도가 다시 완화되었다." 셋째, "이러한 완화 추세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이어지다가 2016년에 반짝 악화되었다." 그렇다면 이 3가지 기조가 다른 통계들에서도 발견되는지 살펴보자.


먼저 첫 번째 그래프를 살펴보자. 소득5분위배율과 소득10분위배율이라는 지표가 등장한다. 이 지표들은 지니계수와 함께 경제적 불평등을 나타내는데 자주 사용된다. 물론 어려운 내용은 없다. 소득5분위배율이란 인구를 소득수준별로 5개 계층으로 나눈 후, 소득수준 최상위 20% 계층(5분위계층)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20% 계층(1분위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소득10분위배율은 인구를 소득수준별 5개 계층 대신 10개 계층으로 세분화 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상위 10% 계층(10분위계층)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10%(1분위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다. 두 지표 모두 저소득층 대비 고소득층의 소득수준을 보여주며, 지니계수처럼 값이 커질수록 그만큼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랍게도 이 두 지표 모두 노무현 정권 시기에 지속적으로 악화되었고, 이명박 정권기를 기점으로 2015년까지 하락 추세였다가 2016년에 반등했다. 이러한 추이는 앞서 살펴본 지니계수 추이와 흡사하다. 지니계수 추이가 보여준 3가지 기조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자.

이 그래프는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소득의 중위값(중위소득)을 기준으로 2인 이상 가구를 3가지 계층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노무현 정권기에는 중소득층 가구의 비중이 감소하고 저소득, 고소득층이 증가하는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그 이후 이명박 정권을 기점으로 2015년까지 이러한 소득 양극화가 완화되었고, 2016년 다시 악화되었다. 역시 이전의 지니계수의 추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작성된 불평등 지표들은 비슷한 추세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1인가구도 조사대상에 포함한 2006년 이후의 통계들도 비슷한 추이를 보여줄까? 아래에선 지니계수나 소득5분위배율 등 앞서 살펴본 불평등 지표들이 1인가구를 포함한 통계들에선 어떠한 추이를 보여주는지 살펴보았다.


위의 그래프에선 첫 번째로, 1인가구가 조사대상에 포함되어 지니계수 수치들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이명박 정권 초기에 지니계수가 가장 높지만 이명박 정권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꾸준한 완화 추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6년에 지니계수가 반등하는 것도 이전에 살펴본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이러한 완화추세는 이전보다 약했다. 예를 들어, 2인 이상 가구의 지니계수는 이명박 정권 동안 0.011포인트 하락했지만 1인 가구를 포함한 지니계수는 0.007포인트 하락한 것에 그친 것이다.


전반적으로 위의 두 가지 그래프들 역시 앞서 언급한 3가지 기조에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평등 완화 추세는 지니계수의 경우처럼 2인 이상 가구만을 포함할 때보다 약해졌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 소득10분위배율은 오히려 조금 더 악화되었다. (2008:9.2 -> 2012:9.4) 박근혜 정권의 경우, 정권 첫 해인 2013년의 소득5분위배율과 10분위배율이 정권말기인 2016년의 수치와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16년 불평등 지표값들이 반등한 것에 기인한다.


결국 1인 가구가 조사대상에 포함된 불평등 지표들의 추세는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에서 우리사회의 불평등이 그다지 완화되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노무현 정권 시절에 불평등 문제가 심화된 것은 맞다. 그러나 보수 정권이 이러한 문제를 만족할 만큼 해결하지도 못했다.

이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우리 사회의 대표적 약자인 '노인들'과 점차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경제적 상황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만일 보수 정권에 들어서서 이러한 약자들의 삶이 전보다 나아졌다면, 충분히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10년간 보수정권 동안 노인들과 1인가구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여전히 어려움 속에 놓인 경제적 약자들...

위의 그래프는 2006년~2016년까지 10년간 노인인구, 1인가구, 전체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의 추이를 보여준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앞서 언급한 중위소득의 50%미만을 벌어들이는 개인의 비중이다. 전체인구의 경우 대략 15% 정도가 중위소득의 50%미만을 벌어들이지만, 노인과 1인가구 중에선 거의 절반이 그러했다. 예를 들어, 2006년 노인 빈곤율과 1인가구 빈곤율은 각각 43.8%, 40.6%였지만 10년이 지난 후엔 도리어 46.7%, 45.7%로 더 악화되었다. 보수정권 하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되었다고 보기가 무색해지는 이유다.

위의 그래프들은 1인 가구의 수와 가구원 수에 따른 가구별 균등화 소득의 추이를 보여준다. 먼저 첫 번째 그래프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를 보여준다. 2000년에 220여만 가구에 불과하던 1인 가구가 2017년엔 560여만 가구로 크게 확대되었고,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1인 가구의 균등화 소득의 평균치는 두 번째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여타 다른 가구 형태들에 비해 크게 적다.

균등화 가처분소득이란 가구의 총소득을 그 가구구성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눈 값이다. 이는 가구소득을 개인소득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들 중 하나이며, OECD가 각국의 통계작성을 위해 권고하는 방법이다.

1인 가구의 균등화 소득은 수치적으로도 여타 다른 가구들에 비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증가폭 역시 작다. 이는 1인 가구를 이루며 살아가는 개인들이 대체적으로 저소득층에 머물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게 되겠지만, 저소득 가구의 가구주는 주로 60대 이상이 많았다. 가구주란 통계용어상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그 가구의 실질적인 대표자를 의미한다. 이런 가구주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노년층이라는 사실은 그 가구의 소득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1분위계층 가구 중 70%가 넘는 가구에서 가구주가 60대 이상의 연령이었다. 이처럼 가구의 소득규모가 낮아짐에 따라 가구주의 연령이 높아지는 현상은 저소득층과 노인계층의 빈곤 문제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노인계층의 경제적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떨까?

첫 번째 그래프는 노인인구 내에서의 지니계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노인인구의 지니계수는 노무현, 이명박 정권 내내 악화되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엔 지니계수가 0.433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지니계수가 0.4쯤 되면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보는데 노인계층은 이보다 더 악화됐던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 들어와 불평등이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2016년에 다시 반등하여 2006년 때의 수치와 같아졌다. 여전히 노인계층 내부의 경제적 불평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두 번째 그래프는 전체인구 대비 노인계층의 중위소득 증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2006년 노인계층의 중위소득은 전체인구의 중위소득의 약 58% 정도였지만, 2016년엔 54% 정도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중위소득 간 격차도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위의 두 그래프는 노인계층의 소득수준이 전체적 수준에 비추어보아 낙후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인계층 내부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언제까지 통계숫자만 가지고 싸울 건가요?


현재 한국사회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빈부격차와 같이 사회 양극화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이런 문제들은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5년 남짓한 단일 정권 내에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앞서도 살펴봤지만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 정도로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1위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이 최악의 저출산국가라는 사실은 한국이 또한 최악의 노인빈곤국가라는 사실과 결부되어 이해되어야 한다. 과연 노인인구의 절반이 빈곤의 늪에 빠지는 나라에서 국민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으려 할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1.052명에 불과했다. OECD 국가 평균인 1.68명을 크게 밑도는 꼴지 수준이다. 또한 이는 최근의 비혼 1인 가구 급증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개인의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독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력이 없어 결혼을 미루고, 결국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에선 통계숫자를 가지고 상대편 잘못을 따지기에 급급하다. 전(前) 정권의 과오를 따지는 것 자체는 당연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권이 교체되도 사회적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복지정책은 옳고 그름의 문제나 선의의 문제가 아니다. 잘 갖춰진 복지 시스템은 국민들이 불확실한 삶 속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가정활동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복지정책은 국가와 국민의 재생산과 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복지'란 단순히 못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종의 시혜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소위 '퍼주기'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제라도 편향된 정치적 이념이나 이해관계로부터 조금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과연 대한민국이 10년, 50년, 100년 뒤에도 존속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는 보다 성숙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