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코드 성향을 띄지 않은 영화는 천만 관객을 모을 수 없다?

서어서문학과 정채운


1. 뉴스톱 팩트체크 원문 기사 리뷰

작년 11월 28일 서울 마포구 다산카페에서 열린 ‘더 경청 간담회 청년 아무말 대잔치’에 참석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화예술계에 좌파 코드의 예술인들이 대거 침투했다며 “좌파 성향을 띠지 않은 영화는 천만 관객을 모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에 대해 뉴스톱에서는 작년 11월 기준 한국영화 중 천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 13편 중 소위 ‘좌파 코드’로 분류할 수 있는 영화는 3~4편에 불과하며, 우파성향의 영화도 적지 않음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2. 작년과 비교해 추가된 천만 영화는?

해당 발언이 나온 작년 11월 기준 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는 총 13편이었다. 2018년 11월 현재 추가된 천만 영화는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 함께-인과 연>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일반 시리즈물 상업 영화로, 특정 정치 성향을 띤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해당 발언으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난 현재, 천만 영화에 한해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다시 따져 보면 역시나 '대체로 거짓'으로 판명할 수 있다.

3. 500만 관객 이상 영화들은?

그러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에서 ‘1천만’이라는 숫자는 흥행을 거둔 영화의 관객 수를 상징적으로 의미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본 과제에서는 천만 이상의 관객까지는 동원하지는 못했지만, 적지 않은 흥행을 거둔 5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 63편으로 범위를 좁혔다. 그 중에서도 일련의 정치 코드를 띤다고 볼 수 있는 영화 20편을 선정했다. 또한 정권의 정치 성향이 흥행 영화의 성향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개봉일을 기준으로 영화들을 정권 별로 분류해 보았다.

사실 뉴스톱의 원문기사에서 언급했듯 ‘좌파코드 영화’라는 분류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영화들을 우파 코드와 좌파 코드로 분류할 기준이 있어야 했기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화평을 참고했다. 그는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연평해전> 등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을 띤 영화에는 호평을, <웰컴 투 동막골>, <괴물>, <설국열차>, <내부자들> 등 ‘감상적 민족주의 시각’이거나 ‘특정계층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에는 부정적 시각을 내놓았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고지전>은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직접 언급되기는 했으나,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지는 못했으므로 분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소위 좌파코드’라 할 수 있는 영화는 푸른색, ‘소위 우파코드’라 할 수 있는 영화는 붉은색으로 표시하였다. 정권 순서대로 좌측부터, 각 정권 내에서 흥행한 순서로 배치하였다.

4. 결론

한국영화 중 500만 이상의 관객을 끈 영화 중 소재나 제목에서 정치적 코드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20편을 선정한 결과, ‘소위 우파코드’라고 분류할 수 있는 영화가 9편, ‘소위 좌파코드’라고 분류할 수 있는 영화가 11편이었다. 따라서 굳이 1천만이라는 관객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해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처럼 ‘좌파 코드’를 띤 영화들만이 성행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한편 정권 별로 구분해 시각화한 결과, 영화 개봉일 기준 해당 정권이 보수진영 혹은 진보진영이라고 해서 그 시기에 흥행한 영화가 우파적/좌파적 경향을 보이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정치 코드와는 무관하게 관객이 느끼는 영화의 재미가 더 큰 요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