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율이 높다?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슈





지난 5월,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인 500여 명의 난민 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외국인 혐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론과 SNS를 통해 무슬림 난민의 범죄에 대한 우려와 허위 정보가 확산되었고,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은 7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태를 최초 보도한 제주신보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인력 부족 등 난민 수용 환경에 초점을 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었다.

대중문화 역시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재생산해 왔다. 조선족에 대한 왜곡된 묘사로 중국 동포 단체와 언론의 비판을 받은 영화 <범죄도시>, <청년경찰>, <신세계>, <황해>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중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이나 다른 국적의 외국인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 사건을 중국 동포의 소행으로 의심하는 기사 댓글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울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의 범인이 조선족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종합해 보면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주로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율이 높다’, ‘외국인이 흉악 범죄를 저지른다’는 식의 편견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외국인을 배제하고 타자화할 뿐만 아니라,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외국인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기존 팩트체크 요약



[팩트체크] 무슬림의 '범죄 공포'…오해와 진실은? (머니투데이)


2018년 6월 28일자 머니투데이 팩트체크는 제주 난민 사태 이후 국민의 불안을 부추긴 외국인 범죄의 사실 관계를 짚었다. 팩트체크 결과 외국인 범죄에 대한 편견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 ‘외국인은 범죄율이 높다’는 우려와 달리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는 매년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 ‘외국인이 흉악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주장이 있지만 강간·절도·폭력 범죄에서 여전히 내국인이 더 높은 검거 인원 지수를 보인다. 외국인의 검거 인원 지수가 더 높은 살인·강도의 경우에도 외국인 인구의 남성 비율과 20~40대 비율이 현저히 높은 점을 고려하면 통계적 착시의 가능성이 있다.

  • ‘이슬람권 외국인이 다른 국적의 외국인보다 위험하다’는 인식 역시 국적별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와 동떨어져 있다. 비이슬람권인 몽골이 매년 큰 격차로 1위였고, 이슬람권인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으나 같은 이슬람권인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는 최하위였다.

  • ‘외국인 밀집 지역이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서울 영등포구, 안산시 단원구, 시흥시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의 외국인 범죄율은 대체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고, 오히려 내국인 범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 밖에 난민 수용국인 독일과 스웨덴에서 각각 범죄율과 강간율이 급증했다는 주장 역시 허위 정보로 드러났다. 팩트체크에 따르면 독일의 범죄 발생 건수, 독일 내 외국인 범죄 건수, 난민촌이 있는 스웨덴 말뫼의 강간율 모두 난민 유입 이후 오히려 감소했다.






내가 만든 시각화를 포함한 나의 주장



위 팩트체크는 주로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공식 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 및 특성 (2011~2015)> 연구 보고서에 기초한다. 따라서 2016년 이후의 통계가 누락되어 있으며, 보고서의 표 일부를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에 정보를 한눈에 보기 어렵다. 이에 해당 보고서의 핵심인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내·외국인의 범죄 발생률 비교를 중심으로 2016년과 2017년 통계를 추가하고 데이터를 시각화해 팩트체크를 보강했다.

보고서의 출처 표기에 따라 경찰범죄통계(범죄 발생 건수), 경찰통계연보(범죄 검거 인원),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체류 외국인 인원), 주민등록 인구통계(인구), 국가통계포털(15세 이상 인구) 등 원자료를 검증한 결과, 보고서의 표 3개를 ’외국인 범죄 검거 인원과 체류 외국인의 증가 추이’, ‘내·외국인 범죄의 범죄 유형별 발생 비율과 내·외국인 범죄의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 비교’, ‘내·외국인 전체 범죄의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 비교’ 등으로 시각화할 수 있었다. 각 데이터는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이 흉악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 ‘외국인 범죄율이 높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 준다.




1.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을 살피기 위해 먼저 2004~2017년 외국인 범죄 검거 인원과 체류 외국인 수의 증가 추이를 비교했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서는 2004~2015년 자료의 연도별 인원과 전년 대비 증가율을 표로 나타냈지만, 그래프의 기울기로 증가율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라고 판단해 2016~2017년 자료를 추가하고 외국인 범죄 검거 인원을 보라색 라인 그래프로, 체류 외국인 수를 회색 영역 그래프로 표현했다. 둘의 축 범위가 5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중 축을 설정해 수치보다는 경향을 비교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 외국인 범죄 검거 인원은 2011년까지 체류 외국인 수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12년 이후 체류 외국인의 증가와 비슷한 추세로 안정되었고, 2015~2016년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해 2017년에는 감소했다. 직전 연도인 2017년 통계가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외국인 검거 인원의 증가율이 체류 외국인의 증가율에 비해 큰 차이로 증감을 거듭하는 반면 체류 외국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범죄 검거 인원의 증가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는 보고서 내용이 타당해 보인다. 특히 작년에 외국인 검거 인원이 크게 감소한 만큼 ‘최근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2. 외국인이 흉악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



다음으로는 외국인 범죄와 내국인 범죄의 발생 유형에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2011~2017년 내·외국인 범죄의 범죄 유형별 발생 비율과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를 비교했다. 이때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는 체류 외국인의 연령 구성을 고려한 ‘거주 외국인 인구 추정치’를 기준으로 한다. 보고서와 기존 팩트체크에서 지적하듯 체류 외국인은 내국인에 비해 남성과 20~40대 비율이 높고, 통상 남성이 여성보다, 그리고 20~40대가 청소년층이나 노인층에 비해 범죄 발생률이 높아 내국인 주민등록 인구 수와 체류 외국인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와 같이 ‘체류 외국인 수’를 내국인의 ‘15세 이상 인구’에 해당하는 수치로 가정해 내국인과 연령 구성(1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동일한 거주 외국인 인구 추정치를 계산했다. 여기에는 내국인에 비해 높은 남성 비율이나 낮은 노인층 비율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외국인의 범죄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추정된다.

2011년부터 7년 동안 발생한 내·외국인 범죄의 범죄 유형별 비율을 보면, 외국인 범죄에서는 폭력 범죄가 30% 전후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살인은 0.3%, 절도는 7% 수준에서 변동하고, 강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하는 데 반해 강간·마약·교통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 유형별로 내·외국인 범죄의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를 비교하면, 살인·강도·마약 범죄를 제외한 강간·절도·폭력 등 대부분 범죄 유형에서 외국인의 검거 인원 지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범죄 유형별 발생 비율과 거주 인구 대비 범죄 발생률을 이중 막대 그래프로 나란히 구성했다.) 살인의 경우 외국인의 검거 인원 지수가 매해 내국인의 2배 이상으로 월등히 높고, 강도의 경우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변동한다. 기존 팩트체크에서는 이를 성별과 연령 구성으로 인한 통계적 착시로 보았으나, 보고서에서는 외국인의 살인 검거 인원 지수가 내국인보다 높은 현상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행히 최근으로 올수록 외국인의 살인·강도 검거 인원 지수는 감소하는 추세이다.



3. 외국인 범죄율이 높다?



마지막으로 내·외국인 전체 범죄의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지수를 비교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줄곧 내국인의 검거 인원 지수가 외국인의 2배 이상으로 현저히 높았고, 2017년에는 내·외국인의 검거 인원 지수 모두 크게 감소했다. 외국인의 검거 인원 지수는 2016년 1,682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지만, 2017년 1,314로 2012~2014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직전 연도의 통계이므로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외국인의 거주 인구 대비 범죄 발생률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시각화로 기존 팩트체크와 그 근거가 된 보고서를 보강한 결과, 외국인 범죄에 대한 인식이 다소 왜곡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이 흉악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 ‘외국인 범죄율이 높다’ 등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거주 외국인 인구 추정치가 외국인 인구의 성별과 연령 구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기준에서는 외국인의 살인·강도 검거 인원 지수가 내국인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