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태풍이 더 무섭다고? 사실은 이와 달라...



언론정보학과 김효성


여름철에 발생한 태풍보다 가을철에 발생한 태풍이 더 무서울까?

본 기사-[팩트체크] 여름 태풍보다 더 독한 가을 태풍...왜?-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다. 위 기사의 검증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첫째. 과거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가을 태풍은 여름 태풍보다 큰 피해를 남기고 있다. 예컨대, 2003년 9월 중순에 발생한 태풍 ‘매미’는 인명피해 131명과 재산피해 4조 2,225억 원을 남겼다.
  • 둘째.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을 태풍의 발생 빈도가 이전보다 잦아지고 있다. 여름철에 상승한 해수면의 온도가 길어진 폭염으로 인해 가을이 돼서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셋째. 가을 태풍은 일단 발생하면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한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와 태풍 간의 기온차가 커 대류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기사의 검증 방식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독하다”고 해놓고서 가을 태풍의 데이터를 여름 태풍의 것과 비교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가 근거자료로 제출한 기상청의 <역대 태풍 피해순위>를 검토한 결과, 기자의 주장은 사실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위권에 기록되어 있는 태풍의 대다수가 여름철에 발생한 것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에 필자는 본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팩트체크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팩트체크한 결과 기자의 주장과는 달리 “여름 태풍보다 가을 태풍이 더 무섭다”는 명제는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다음의 문항들은 필자가 본 명제를 검증하기 위해 팩트체크한 내역들이다.

  • Q1.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큰 피해를 남겼는가?
  • Q2. 가을 태풍의 발생 빈도가 최근 들어서 잦아지고 있는가?
  • Q3.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하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자료들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시각화하였고, 그 결과 다음의 논의에 이를 수 있었다.



Q1.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큰 피해를 남겼는가?



[자료 1]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2017 재해연보>의 태풍피해 관련 통계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주요 태풍(행정안전부)” 26개의 데이터를 사망자/실종자 수, 이재민 수, 재산피해액의 항목에 따라 정리하여 태풍의 피해규모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계절에 따라 그래프의 색깔을 달리하여 상위권에 존재하는 태풍의 계절 분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자료 1]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사망자/실종자 수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정렬했을 때, 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은 1987년 7월에 발생했던 태풍 ‘셀마’로, 당시 총 34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은 2002년 8월에 발생했던 태풍 ‘루사(총 246명)’, 네 번째로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은 1991년 8월에 발생했던 태풍 ‘글래디스(총 103명)’이다. 기자가 ‘[팩트체크] 여름 태풍보다 더 독한 가을 태풍...왜?’에서 사례로 들었던 태풍 ‘매미’는 세 번째로 큰 인명 피해(총 131명)를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선정된 26개 태풍의 총 인명 피해 규모를 평균 냈을 때, 전체 평균(51명)보다 큰 인명 피해를 남긴 태풍 중 가을철에 발생한 태풍은 매미를 제외하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와 달리 여름철에 발생한 태풍 중 전체 평균보다 큰 인명 피해를 남긴 태풍은 총 7개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 사망자/실종자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치보다 피해가 컸던 여름 태풍은 7개, 가을 태풍은 2개이다.

  • 이재민 수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정렬했을 때,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로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은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각각 셀마(총 99,516명)와 루사(총 63,085명), 매미(총 61,844명)이다. 그 외에 전체 평균(14,934명)보다 많은 이재민을 발생시킨 태풍은 총 4개로 모두 여름철에 발생한 태풍이다.

    → 이재민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치보다 피해가 컸던 여름 태풍은 6개, 가을 태풍은 1개이다.

  • 재산피해액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정렬했을 때,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은 각각 루사(총 5조 1,479억 원)와 매미(총 4조 2,225억 원)이다. 세 번째로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은 2006년 7월에 발생했던 태풍 ‘에위니아’로 총 1조 8,344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그 외에도 7월에 발생했던 태풍 '올가'와 8월에 발생했던 태풍 '볼라벤'이 전체 평균(6,332억 원)보다 많은 재산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집계되었다.

    → 재산피해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치보다 피해가 컸던 여름 태풍은 4개, 가을 태픙은 1개이다.


위의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피해규모가 컸던 태풍의 대부분은 여름철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여름 태풍과 가을 태풍의 전반적인 위력 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자료 2]와 같은 시각화가 도출되었다. [자료 2]는 [자료 1]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태까지 발생했던 태풍의 평균 피해규모를 계절별로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여름 태풍의 평균 사망자/실종자 수, 이재민 수, 재산피해액은 각각 68명, 19,414명, 6,813억 원으로 전부 가을 태풍의 것(25명, 8,214명, 5,562억 원)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1.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여름 태풍이 가을 태풍보다 더 큰 피해를 남겼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Q2. 가을 태풍의 발생 빈도가 최근 들어서 잦아지고 있는가?



[자료 3]은 기상청이 제공하는 <태풍 발생 통계(1951년~2018)>를 참고하여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발생 현황을 10년 단위로 묶어 시각화한 것이다. 그 결과, [자료 3]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위의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태풍은 가을철보다는 여름철에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팩트체크] 여름 태풍보다 더 독한 가을 태풍...왜?’에서 밝혔듯이, “가을에 잦은 태풍이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자의 주장대로라면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가을 태풍의 발생 빈도는 이전보다 잦아지고 있어야 한다. 과연 가을 태풍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을까?

위 문장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기상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태풍의 월별 발생 추이를 시각화하였다. 그 결과, [자료 4]와 [자료 5]의 그래프가 도출되었다. [자료 4]는 연도에 따른 태풍의 월별 발생 추이를, [자료 5]는 연도에 따른 태풍의 계절별 발생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상단의 그래프에 따르면, 태풍의 월별/계절별 발생 추이는 연도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추세선을 따로 그릴 수 없을 정도로, 태풍의 발생은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료 5]의 가을 태풍 그래프는, 가을 태풍이 점차 잦아지고 있다는 기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태풍의 발생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전년도를 통틀어도 가을 태풍의 연 발생 횟수는 0~2회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름 태풍의 연 발생 횟수가 0~5회를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매우 미미한 변동 폭이라고 할 수 있다.


A2. 아니다. 가을 태풍의 발생 추이를 살펴봤을 때, 발생빈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Q3.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하는가?




[자료 6]은 국가태풍센터가 제공하는 <태풍백서(2011)>의 태풍일람표 데이터 중 일부를 시각화한 것이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데이터를 일 최다강수량, 최대풍속, 중심 최저기압의 항목으로 나눠 각각을 정리하고, 이를 계절별로 비교하였다. 그 결과, [자료 6]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일 최다강수량을 놓고 비교했을 때, 가을 태풍의 평균 일 최다강수량이 여름 태풍의 평균 일 최다강수량보다 11mm정도 더 많았다.
  • 최대풍속을 놓고 비교했을 때, 가을 태풍의 평균 최대풍속이 여름 태풍의 평균 최대풍속보다 15knot(약 8m/s) 정도 더 빨랐다.
  • 중심 최저기압을 놓고 비교했을 때, 가을 태풍의 평균 중심 최저기압이 여름 태풍의 평균 중심 최저기압보다 16hPa 정도 더 낮았다.

위의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평균 데이터의 왜곡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시각화에 포함된 여름 태풍의 개수(63개)가 가을 태풍의 개수(26개)의 2.5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각각의 항목에서 상위 20개에 해당되는 여름 태풍과 가을 태풍의 목록을 따로 정리하여 [자료 7]의 시각화를 도출하였다.


[자료 7]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일 최다강수량을 놓고 비교했을 때, 상위 20개에 해당되는 여름 태풍의 일 최다강수량의 총합(6,320mm)이 상위 20개에 해당되는 가을 태풍의 일 최다강수량의 총합(4,218mm)보다 컸다. 특히 해당되는 여름 태풍과 가을 태풍의 전체 평균을 계산해보았을 때, 전체 평균(264mm)보다 더 높은 일 최다강수량을 보유한 태풍은 여름철에 발생한 경우가 더 많았다(9:5).

    → 실제적으로 여름 태풍의 일 최다강수량이 가을 태풍의 일 최다강수량보다 많다.

  • 최대풍속을 놓고 비교했을 때, 상위 20개에 해당되는 여름태풍의 최대풍속의 총합(2,045knot)이 상위 20개에 해당되는 가을 태풍의 최대풍속의 총합(2,025knot)보다 컸다. 특히 해당되는 여름 태풍과 가을 태풍의 전체 평균을 계산해보았을 때, 전체 평균(101knot)보다 더 빠른 최대풍속을 보유한 태풍은 여름철에 발생한 경우가 더 많았다(11:10).

    → 실제적으로 여름 태풍의 최대풍속이 가을 태풍의 최대풍속보다 빠르다.
  • 위의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전수조사 때와는 달리 실제적으로는(개별 수치상으로는) 여름 태풍이 가을 태풍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한다는 기자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할 수 있다.


A3. 아니다. 오히려 개별 수치로 파악했을 때, 여름 태풍이 가을 태풍보다 더 많은 비와 바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이 세 가지 문항에 대해 팩트체크를 한 결과, “여름 태풍보다 가을 태풍이 더 무섭다”는 명제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여름 태풍이 가을 태풍보다 더 큰 피해를 남긴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강수량과 풍속에 있어서도 여름 태풍의 강도가 가을 태풍의 강도보다 세다는 점에서, 위 명제는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기자가 우려하고 있는 “독한” 가을 태풍의 발생 증가는 현재로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태풍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래의 어느 날에는 가을 태풍에 대한 우려가 더 이상 거짓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