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말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다"는 주장, 사실인가?

기존 팩트체크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12학번 이창곤

검증 내용

2017. 4.25일 JTBC-한국정치학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공방을 벌이며 동성애자에 대해 한 발언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 : 동성애는 반대한다고 하셨죠.]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후보 :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 없습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후보 : 차별은 반대합니다.]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 : 합법화가 아니라,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죠.]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 : 차별은 반대한다고요.]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후보 : 네.]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 : 동성애 때문에 지금 얼마나 우리 대한민국에 에이즈가 1만 4천 명 이상 창궐하는지 아십니까.]"

기존 팩트체크

질병관리본부 “에이즈, 동성애자들만의 질병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 바로알기’ 코너에서 “그렇지 않다”고 못 박고 있다. HIV 감염은 성(性)정체성에 관계없이 HIV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된다. 다만 AIDS가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이라는 오해 받는 이유는 ①AIDS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성애 집단에서 처음 발견됐고 ②동성애자들의 성관계 형태가 ‘항문 성교’이기 때문에, HIV 감염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이다. 항문성교 시에는 항문 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게 되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게 돼 이성애자보다 HIV 감염확률이 높다.

국내 HIV/AIDS 환자 현황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밝힌 2015년 현재 국내 HIV/AIDS 환자 수는 모두 1만502명. 남자가 9735명으로 전체의 92.7%를 차지한다. 이 숫자엔 HIV 감염은 확인됐으나, 아직 에이즈환자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포함돼 있다. 홍 후보가 밝힌 에이즈 환자 1만4000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통계가 시작한 1985년부터 2015년까지의 누적 신고 건수 1만3909명에 근접한 숫자다.

HIV 감염 경로 통계

2015년에 우리나라에선 모두 1152건의 새로운 HIV 감염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내국인이 1018명(남 974·여 44), 외국인이 134명이었다. 2013년 이후 매년 1100명을 넘고 있으나, 여기엔 HIV 감염인에 대한 장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감염 경로는 ‘이성간 성관계’가 364명, ‘동성간 성관계’가 288명이었다. ‘무응답’이 366명이었다. 국내 동성애자의 비율이 이성애자에 비해 훨씬 낮고 ‘무응답’의 상당수가 ‘동성간 성관계’를 노출하지 않은 경우일 수 있다고 짐작할 때에, 신고 건수 중에서 ‘동성애자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동성애자들의 HIV 감염이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해서, 에이즈가 동성애 탓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1.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에 발생한다?

가장 위의 그래프는 남성의 성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발병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그래프에 꺽은 선은 이성간 성 접촉을 나타낸 것이고, 막대 그래프는 동성간 성 접촉을 나타낸다. 이를 보면 집계가 시작된 이래로 남성의 경우 동성 성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발병 수가 이성 성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발병 수를 앞지른 해는 2003년과 2004년 두 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두번째 그래프는 여성의 성 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발병 추이를 나타낸 막대그래프이다. 이를 보면 여성은 성 접촉으로 인한 발병 중 100%가 이성과의 성 접촉으로 인해 발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준표 전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여성의 경우 이성애 또한 에이즈 창궐의 주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특정 성 정체성으로 에이즈의 발병 원인을 몰고가는 것이 옳지 않다면 어떤 것이 에이즈의 발병원인을 높이는 것인가?


2. 에이즈의 발병원인은 무엇인가?

왼쪽의 그래프는 연령별 신규 에이즈 발병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질병 관리 본부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20대에서 40대로 갈수록 에이즈 발병 비율은 점점 줄어들다 50대 이상에서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오른쪽의 그래프는 연령별 즉석만남 및 성매매 비율과 콘돔 미사용 비율을 곱해준 값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보면 왼쪽의 발병 추이와 동일하게 20대가 가장 높고 40대까지는 감소하다가 50대 이상에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정확한 상관관계는 드러나지 않지만 기존의 팩트체크와 동일하게 에이즈의 발병은 단순히 동성애 등의 성 정체성과의 연관성보다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비 위생적 성관계와 관련성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