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Check] 문재인 대통령 : “녹조 심한 건 4대강 사업 때문”


녹조 현상은 왜 이렇게 심해졌을까?













"4대강 때문에 녹조가 많이 늘었다는 것에 동의하나?"



"녹조가 무엇 때문에 생기는가?"



"그렇지않다. 녹조는 질소와 인이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났을 때 생긴다."



"소양강댐이 1년에 갇힌 시간이 얼마인지 아는가. 232일이다. 소양강댐에 녹조 있나?"



"녹조 없다. 지금 말하는 것은 강 유속 때문에 녹조가 생기는 게 아니라 지천에서 들어오는 축산폐수와 생활하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나 녹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럼 소양강댐이 녹조 범벅이 돼야 한다. 녹조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고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







"네."



"물이 고이기 때문."



"그나마 강이 흐르면 낫다."



"계속해보라."




"수질 악화가 4대강 때문에 됐다는 건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뿐만 아니라 질소·인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금도 하고 있다. 그것만 갖고 안 되니까 물을 가둬뒀으니 악화한 거 아니냐."




 위 글은 지난 19대 대선후보 마지막 토론회 때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 한국당 후보가 4대 강 녹조 현상을 놓고 벌인 공방이다. 녹조 현상의 원인으로 문 후보는 4대강 사업을 꼽았고, 홍 후보는 오염원과 높은 기온을 꼽았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녹조 문제는 4대 강 사업 이전에도 환경부의 골칫거리였지만 사업 이후 나타난 극심한 녹조 현상은 이전에 볼 수 없는 형태의 것이었다. 그 원인에 대해 많은 조사가 이루어 졌고 박근혜 정부 시절, 환경부가 4대 강 사업과 녹조 간의 관련성에 대하여 동의하였으나 아직도 정치인들 간에는 지속적인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현재에도 4대 강 6개 보를 개방하는 것이 녹조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 논란이 될 정도이다.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녹조 현상의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 민주당 후보)의 발언에 대한 팩트 체크를 진행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 4대 강 사업 이후, 심해진 녹조 현상





 MB 정부 시절, 4대 강 사업은 총 22조 원의 사업비를 들여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4대 강에 16개 보를 건설하며 진행되었다. 4대 강 사업은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등을 위해 추진되었지만 완공 시점인 2012년 이후 엄청난 양의 녹조가 발생하며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녹조 현상은 각종 유기물, 화학물질로 부영양화된 호소에서 또는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이 녹색이 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녹조는 수중으로 햇빛을 차단하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일부 유독조류로 인한 독소로 큰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실제로 환경부의 물환경정보시스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6개 보 중 한강의 3개 보를 제외한 모든 보에서 상당수의 녹조가 발생하였다. 위의 자료는 녹조현상이 발생한 2012년부터 발생한 남조류의 평균 개체수를 표시한 것인데, 특히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의 4개 보에서는 평균 5,000(세포 수/㎖)이상의 심각한 녹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평균적으로 계산하였을 때 조류경보 발령 기준(남조류 세포수 5,000cells/㎖ 이상)을 6년 간 매일 상회하는 양이다. 또한, 해가 거듭할수록 녹조현상은 18호 태풍 차바로 인해 잠시 해소되었던 2016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 녹조현상의 원인은?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그렇다면 녹조현상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문재인 후보 발언에 대한 기존 팩트체크 기사([팩트체크] 문 "녹조 심한 건 4대강 사업 때문" VS 홍 "오염물질과 높은 기온 탓" 누구 말이 맞나-중앙일보)에 따르면 녹조의 발생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크게 온도, 체류시간(유속) 등 물리적 요인, 질소, 인, 규소 등의 화학적 요인, 세균 바이러스 등의 생물적 요인이 주 원인이다. 또한 홍 후보의 발언과 같이 축산 폐수 등의 유입으로 인한 부영양화도 녹조의 원인이 된다. 기존 기사에서는 실제 낙동강 권역의 폐수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녹조는 오염물질로 인한 것이라는 홍 후보의 말을 반박하였다. 실제로 위의 자료를 보면 2012년 4대 강 사업 전후로 녹조현상이 가장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낙동강 대권역에서 오히려 폐수 방류량이 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2016 환경통계연감 자료).



■ 녹조 심한 건 4대 강 사업 때문?



 위와 같이 폐수방류량은 녹조현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말과 같이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기존 기사에서는 2013년 8월 윤성규 전 환경부장관의 당시 발언, “4대 강 사업이 유속을 저하시켜 녹조 현상을 심화시켰다”를 인용하여 문재인 후보의 주장이 대체로 사실임을 주장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의 말과 같이 유속 저하와 녹조 현상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 'Toxic cyanobacteria in water: A guide to their public health consequences, monitoring and management'를 살펴보면 "남조류의 대발생은 충분한 체류시간이 필수이므로 체류시간이 짧은 수체에서는 남조류의 대발생이 일어나지 않음" 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이처럼 실제로 유속은 분명 녹조 현상의 한 요소이고, 원인 분석에 있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Toxic cyanobacteria in water: A guide to their public health consequences, monitoring and management, WHO, 1999


 하지만 홍 후보의 발언과 같이 유속이라는 요인 이외에도 질소와 인 등의 다른 요인들이 녹조현상에 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각 요인들의 사업 전후 비교 분석을 통한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기사에서는 폐수 방류랑 이외의 요소에 대해서는 수치에 기반하지 않은 단순한 비교만을 통해 검증하였기에 본 기사에서는 4대 강 모든 권역의 수질 및 유량 정보가 나타나 있는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의 수질 자료와 국토교통부 홍수통제소의 수문조사연보, 환경운동연합의 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엄밀히 팩트체킹을 해볼 것이다. 분석 대상은 4대 강 16개 보 중 녹조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낙동강 강정고령보, 달성보,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4개 보이다. 각 지점에서 사업이 시행되기 전인 2007년부터 사업 시행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2017년)까지의 연평균 수치를 조사하고 그 추이를 통해 녹조 현상과 각 요인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 BOD와 COD수치, 일정





 먼저, 부영양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유기물의 양을 나타내는 BOD 수치와 COD 수치를 분석해 보았다. BOD(Biochemical Oxyzen Demand)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며, COD(Chemical Oxygen Demand)는 화학적 산소 요구량으로 각각 미생물, 산화제가 유기물을 분해할 때 필요로 하는 산소의 양을 뜻한다. 이 수치는 기존 기사에서 사용한 ‘폐수 방출량’보다 더욱 정확히 유기물의 양을 알려주는 척도로 수치가 높을수록 하천의 유기물량이 많음을 뜻한다.
 환경부 자료 조사 결과,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 간 BOD값은 가장 큰 증가 추이를 가진 강정고령보에서도 2.2mg/L(2007) -> 2.3mg/L(2008) -> 2.6mg/L(2009) -> 1.6mg/L(2010) -> 1.6mg/L(2011) -> 2.0mg/L(2012) -> 2.1mg/L(2013) -> 2.5mg/L(2014) -> 2.1mg/L(2015) -> 2.5mg/L(2016) -> 2.4mg/L(2017)로 거의 변화가 없었으며 다른 3개 보에서는 오히려 감소 추이를 보였다.
 COD 또한 강정고령보에서 4.8mg/L(2007) -> 5.5mg/L(2008) -> 6.1mg/L(2009) -> 5.3mg/L(2010) -> 5.5mg/L(2011) -> 5.9mg/L(2012) -> 5.5mg/L(2013) -> 6.2mg/L(2014) -> 6.3mg/L(2015) -> 6.8mg/L(2016) -> 6.2mg/L(2017)로 다른 3개 보 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증가세를 보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정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실제로 4대 강 사업(2012년) 전후로 유기물의 양이 크게 변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4개 보 가운데 가장 조류 발생이 적었던 곳이 강정 고령보임을 고려할 때 유기물의 발생과 현재 4대 강의 녹조 현상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 총 인(T-P)수치 오히려 감소, 총 질소(T-N)수치 변화 없어





 인과 질소는 녹조의 직접적 원인으로 그 양이 많을수록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가로 녹조현상은 심해진다. 홍 후보의 발언과 같이 4대 강 사업과 무관하게 인과 질소로 인하여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면 보 완공 시점인 2012년을 전후로 하여 총 인(T-P)와 총 질소(T—N)의 양은 급격히 증가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의 자료 조사 결과, 녹조가 가장 심한 4개 보의 총 인과 총 질소 수치는 해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감소하였다. 심지어 가장 심각한 녹조 현상을 보였던 합천 창녕보의 경우 총 인 수치가 0.189mg/L(2007) -> 0.228mg/L(2008) -> 0.252mg/L(2009) -> 0.195mg/L(2010) -> 0.198mg/L(2011) -> 0.113mg/L(2012) -> 0.058mg/L(2013) -> 0.054mg/L(2014) -> 0.044mg/L(2015) -> 0.052mg/L(2016) -> 0.046mg/L(2017) 로 사업 이후 2017년에는 최고수치 2009년 대비 82%나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에서 2012년 4대 강 사업 당시, 총인처리시설 구축에 성공하였다고도 볼 수 있지만 현재의 녹조 현상이 인과 질소의 양 증가로 인한 것이라는 홍 후보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총 질소 수치의 경우에도 소폭 증가한 창녕함안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를 거듭하면서 모두 감소하거나 일정하였다.



■ 녹조는 4대 강 사업으로 인해 변화한 물리적 환경에 의한 것





 마지막으로, 녹조는 일정한 물리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며 그 요인의 변화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감소하기도 한다. 수온과 유속(체류시간)으로 대변되는 환경이 그것이다. 수온의 경우 높을수록 녹조가 형성되기 쉬우며, 유속이 느린 물, 즉 고인 물에서는 유기물의 체류시간이 늘어나 녹조현상이 일어나기 용이한 환경이 된다. 각 요인들이 변화하는 원인을 알아보면 수온은 외적으로 영향받는 요인이지만, 유속의 경우 보와 댐이 물을 가두어 흐름을 막음으로써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4대 강 사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먼저 수온의 경우, 물환경정보시스템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7년 까지 낙동강 4개 주요 보에서 서서히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진적 증가 추세가 2012년 이후 급격한 녹조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속의 경우는 다르다. 아래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4대 강 사업 보 완공 시점인 2012년을 전후로 낙동강 주요 4개 보의 평균 유속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창녕 함안보의 경우 2011년 0.795m/s에서 2012년 0.065m/s로 무려 92%나 급감하였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5월 평균 유속을 지수 추세선으로 분석하면 그 추세가 보다 명확히 드러나는데, 창녕 함안보 이외의 3개 보에서도 2012년을 전후로 유의미하게 그 값이 변화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타 다른 요인들이 11년에 걸쳐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해서 유속으로 인한 물리적 요인이 녹조 현상의 급격한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뒷받침해 준다. 홍 후보의 말처럼 녹조 현상에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4대 강 사업 시행 전 2007년부터 현재 2017년에 이르기까지 각 요인별 11년 간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4대 강 사업으로 인해 고인 물이 녹조 현상을 유발했다”는 문 후보의 발언이 대체로 사실임을 알 수 있다.



■ 유속을 늘리려는 노력 필요



 올해 6월, 문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는 녹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4대 강 16개 보 중 위 자료의 4개 보를 포함한 6개 보를 상시 개방하도록 하였다. 4대 강 사업으로 인한 녹조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개방 이후에도 녹조 현상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현재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앞선 팩트와 같이 현재와 같은 녹조 현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급감(급증)한 유속(체류시간)이다. 그러나 현재 개방되어 있는 6개 보는 기술적 문제, 경제적 문제, 사회적 문제로 인해 충분한 정도의 유속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환경운동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개방 전 0.028m/s의 속도로 흐르던 합천창녕보의 유속은 개방 후 0.033m/s로 불과 0.005m/s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4대강 사업 이전 2011년의 0.866m/s의 1/20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속이 현재 녹조현상을 심화시키는 근본 원인인 만큼 4대 강 주요 보의 유속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보 개방으로 통해 단순히 녹조 현상을 해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에 따른 식수확보, 농업용수 확보, 홍수와 가뭄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