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표가 한국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는 요즘, 문재인 정부는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공약으로 내걸었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기본료 폐지, 취약계층 위한 무선인터넷 요금 도입, 5G망 (網) 국가 투자를 비롯해서 가장 최근 발표하고 열을 올리고 있는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여 한반도를 거대한 프리 와이파이 존으로 만들어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6월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 따르면, 버스와 학교에 공공 와이파이 20만 개를 설치하고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해놓은 와이파이를 개방하여, 한해 최대 8,500억 원의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예산은 연간 800억 원으로, 전체 규모는 2,000~3,000억으로 추정된다.
7월 5일 아이뉴스24 <공공와이파이, 통신비 인하 효과있나>에 따르면 과기부의 이번 대책은 대체로 효과가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가 정부 기대와 같을지 걱정을 하지만, 기사 전체적으로 과기부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이다. 기사에 따르면 예산 1,600억 원도 적절하며 버스 이용자에게는 월 6천 원, 학교에서는 월 3천 원 정도의 절감 효과 역시 납득이 가능한 수준이라 한다. 즉, 공공와이파이 확대 구축을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와 과기부 모두 너무 긍정적이다. 14년 3월 SKT가 통신장애에 대한 보상으로 천 원에서 만 원을 제시했지만, 가입자 대다수가 반발했음을 벌써 잊었다. 그리고 와이파이에 대한 기술적 접근 대신 숫자를 앞장세워 독자가 알아야 될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먼저 와이파이를 비롯해, LTE 4G와 전파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와이파이와 4G의 공통점은 바다와 같은 파동이라는 점이다. 파동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격하게 전달력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파동은 파동을 만들어내는 곳(파동원)에서 주파수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이를 과기부에서 관리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정확성과 강력함이다. 와이파이는 일반 인터넷이 쓰는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유선으로 연결된 인터넷과 다르게 와이파이는 무선이기 때문에 정확성과 강력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4G의 경우, 각 통신사가 국가로부터 특정 주파수를 배정받아 사용하고 기지국을 통해 강화하기에 와이파이와는 다르다.
정확히는 와이파이는 서로 다른 장치 간의 데이터 전송 규약이다. Wi-Fi Alliance에 가입된 회사만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가 필요하다. 다르게 말하면, 공유기에 준하는 부분만 있고 전송 규약을 지키기만 하면 모든 전자 장치에서 사용 가능하다. 하나의 공유기(Access point:AP, 흔히 핫스팟이라고 부른다.)를 중심으로 일대다 통신 방식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공유기는 장애물이 없는 개활지에서 신호가 250m 정도 도달한다. 이번 사업에서 사용되는 기업용 공유기는 25명이 넘는 많은 수를 커버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큰 맹점이 있다.
어떤 공유기도 무한한 전파를 생산할 수 없다. 오히려 제한이 심한 수도꼭지와 같다.
연간 800원의 예산을 들여 20만 대의 와이파이 공유기를 설치하더라도 예산만큼의 효과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해당 기사와 과기정통부에서는 버스와 학교에 다니는 모든 수혜자가 일정량 매일 이용할 것이라 가정하고 계산했지만, 표에서 알 수 있듯 2010년 처음 한국에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로 공공 와이파이에 대한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절대적인 양은 많아졌지만, 이는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늘어난 효과다.
또한 와이파이의 질 또한 걱정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17년까지 미래창조과학부(과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 아래 와이파이 시설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공유기로 이번 정책 역시 진행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와이파이, LTE 등 사용하는 통신망의 종류와 관계없이 동영상 시청에 필요한 네트워크 속도는 현재 2~6Mbps(핸드폰)이고 정부가 구축할 공공와이파이는 실 사용자의 체감속도를 높일 예정으로 LTE와 체감 속도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말했듯이 와이파이는 수도꼭지와 같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전달 속도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4G에 비하면 체감의 정도는 더 할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많은 이들이 모인다는 것도 염두해야 한다. 14년 서울시가 발표한 <교통카드 빅데이터>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7-9시)와 퇴근 시간대(18-20시)에 각각 하루 평균 이용객의 20.2%, 18.3%가 집중된다. 모두가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좋지 않은 수도꼭지에 물이 나오길 멍하니 기다리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또한 와이파이가 적절히 제공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기대하는 일 40MB를 제공한다고 해도 체감이 크지 않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객은 평균 30-60분 탄다. 대략 1분에 네이버 메인 화면과 같이 화면을 바꾸는 걸 한 10번하면 5MB이고, 이는 10분이면 모두 사용한다. 메신저의 경우 약 100개의 메시지가 1MB이지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면 3분짜리 한 곳에 약 5MB를 사용하게 된다. 40MB의 와이파이를 위해서 통신사 서비스를 포기한다? 어불성설이다.
앞선 우려와 다르게 예산과 서비스 둘 다 챙긴 공공와이파이가 있다. 2016년 시작한 미국 뉴욕시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인 링크NYC이다. 뉴욕시는 더 이상 쓸모 없어진 공중전화 부스를 철거하며 강력한 와이파이와 컴퓨터, 전화 모두 사용 가능한 새로운 통신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지금까지 934개 설치했다. 지금까지 1PB(페타바이트)를 제공했고, 이는 약 1500만 달러(약 167억 원)의 통신비를 아낀셈이다. 설치부터 운영도 광고를 통해 충당했다. 광고 수익은 12년간 5억 달러로 추정되며, 뉴욕시의 세금은 단 한 푼도 투입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설치된 와이파이의 속도는 1Gbps로 한국에서 추진하는 와이파이도 200배 빠르다.
숫자 놀음을 통해서는 이번 공공와이파이 정책이 통신비 감면에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숫자를 통해서 확인할 때에는 막연히 계산하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 위의 표는 스마트폰이 처음 도입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가구당 평균 통신비를 나타낸다. 통신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통신 장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국민이 필요한 것을 어림잡아 생각해 정책을 실행하지 말고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고 진행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