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흡연자들이 갈 곳은 어디에?

교내 흡연구역 실태 팩트첵크: '서울대학교에는 별도의 흡연구역이 존재하는가?'

서어서문학과 이다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의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 간의 갈등은 이미 오래된 문제이다. 대학신문, 서울대저널에서도 꾸준히 학내 흡연 문제를 다루어 왔으며, 최근까지도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비흡연자들의 불만으로 가득찬 제보들이 쏟아졌다. 이들은 많은 흡연자들이 건물 출입구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흡연하는 점을 문제 삼으며 지정된 흡연구역에서 흡연을 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경우 출입구는 금연구역이 아니며 교내에는 공식적인 흡연구역이 따로 없어서 흡연을 할 곳이 없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정말 서울대에는 별도로 마련된 흡연구역이 존재하지 않는 걸까?


세 가지 Check Point

교내 흡연구역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총 세가지 Check Point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서울대학교 본부 차원에서 별도로 지정한 흡연구역이 존재하는지, 또한 단과대나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과 같은 시설 차원에서 별도로 지정한 흡연구역이 존재하는지, 마지막으로 흡연부스가 존재하는 지의 여부이다.

✔ Point 01. 본부에서 별도로 지정한 흡연구역이 있는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제4항제7호에 따르면 대학교의 경우 학교의 교사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그러나 교사시설 외 부지 등의 경우는 금연구역 지정에서 제외된다. 즉, 건물 외 야외 부지는 ‘흡연가능구역’이다. 이 흡연가능구역들에 대해 본부는 어떠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지 장학복지과의 답변을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건물 내 금연만이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 외에는 처벌을 하는 등의 단속권한이 없기 때문에 따로 구역을 정해서 흡연구역,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가 없다. 법적으로는 건물 출입구에서 10m 이상만 되면 흡연가능구역이니 흡연구역에서만 흡연하라고 강제할 권리가 없다” — 장학복지과

결국 본부는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따로 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해 정해진 금연구역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법적인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금연구역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한 「2017년 금연구역 지정•관리 업무 지침」에 따르면 시설의 소유주 역시 단속 권한은 없지만 해당 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하고 관리하거나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흡연부스를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본부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으며, ‘출입구 근처 10m 이상에서는 금연’이라는 내용 역시 교사 전체가 아닌 「도서관법」에 따른 도서관 등 일부 시설에만 해당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교내 흡연구역 및 금연구역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듯 했으며, 당연히 본부에서 별도로 지정한 흡연구역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 Point 02. 각 시설 차원에서 별도로 지정한 흡연구역이 있는가?

그렇다면 본부가 아닌 각 시설들을 관리하는 단과대학이나 도서관 등은 흡연구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을까? 학생들이 많이 출입하는 도서관과 각 단과대학의 행정실에 문의해본 결과, 단 한 곳도 야외 흡연구역을 지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음대의 경우 건물 구조상 강의실로 연기가 많이 들어와 재떨이를 치우는 등 간접적으로 흡연을 금지했을 뿐,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이 건물 출입구 등 특정 구역에서 흡연을 자주하여 별도로 흡연구역을 지정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흡연구역으로 알고 찾는 관정관과 학생회관 사이의 공간도 흡연구역이 아니었다. 관정관 행정지원팀에 따르면 본부의 기본 방침이 흡연구역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불편한 것은 알지만 별다른 흡연구역을 두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밝혔으며, 학생회관으로 가는 길에 조성된 공간도 많은 흡연자들이 찾아 폐쇄하기 어려움을 주장했다. 결국 교내 흡연가능구역은 모두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구분없이 이용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출입구가 흡연장소로 사용되어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행동반경이 겹쳐 불만이 증폭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 Point 03. 교내에 흡연부스가 존재하는가?

대학신문의 2016년 4월 3월 자 기사에 따르면 당시 제58대 ‘디테일’ 총학생회는 흡연부스 설치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에 최근 총학생회의 흡연부스 관련 활동을 살펴보니 올해 10월 16일 자 총운영위원회 결과지에는 교육환경개선협의회 요구안 중 하나로 ‘흡연부스 신설’이 기록되어 있었고, 제59대 ‘U’ 총학생회에 문의해본 결과 해당 사업은 제60대 ‘파랑’ 총학생회로 인수인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아직 총학생회의 흡연부스 사업은 실질적인 단계에 접어 들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난 10월 27일, 제30대 공과대학 학생회 ‘공존’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던 301동 휴게시설에서의 간접흡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실의 지원을 받아 301동 1층 외부공간에 흡연부스를 설치하였다. 이후 추가적으로 302동과 39동에도 설치를 진행하여 현재 공과대학 내에는 총 3개의 흡연부스가 구비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에는 총 3개의 흡연부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학교에는 지정된 흡연구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는 별도로 지정된 실외 흡연구역이 존재하지는 않으나 별도로 설치된 흡연부스는 총 3대가 구비되어 있다. 따라서 서울대학교에는 지정된 흡연구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근거에 의해 완벽한 ‘사실’이 아닌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먼저 현재 교내에 존재하는 흡연부스는 세 곳이나, 이 세 부스 모두 공대 학생회가 공대학생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설치하였다. 특히 소위 ‘윗공대’라 불리는 301동과 302동에 위치한 흡연부스들은 타 단과대생들의 경우 접근하기 매우 힘들다. 또한 흡연부스가 설치된 시점은 10월 27일로 아직 교내 재학생들 중 설치 사실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

두번째로는 타 학교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흡연구역의 수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총 건물 86채 중 2곳에 흡연부스가 존재하며 현재 추가적으로 10개의 흡연부스가 설치를 앞두고 있다. 또한 중앙대의 경우 34채 중 흡연부스와 개방형 흡연구역을 포함해 총 15곳이, 한양대의 경우 89채 중 24곳이 흡연구역으로 지정되어있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의 경우 건물 수는 총 226채로 타 학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으나 흡연부스는 단 세 개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위한 '흡연구역'

교내 흡연구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장학복지과는 단속의 어려움을 근거로 두 구역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으며,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흡연을 장려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복지과의 업무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소한의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단속이 아니라 공식적인 흡연구역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지정된 흡연구역이 생기면 흡연자들에게는 맘 놓고 흡연할 공간이 형성되며 비흡연자들은 보행 중 담배연기를 마실 가능성이 적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대와 고려대의 경우 흡연부스 설치 이후 오히려 눈치보지 않고 편히 흡연할 수 있게 되었다는 흡연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다. 또한 중앙대는 흡연부스뿐만 아니라 개방형 흡연구역 역시 지정하여 학생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물론 아직 흡연부스는 환기가 잘 되지 않거나 개방형 흡연구역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점과 가까울 경우 담배냄새가 잘 퍼진다는 한계점 등 극복할 점이 많지만, 그 과도기를 지날수록 점점 흡연권과 혐연권은 양립 가능한 개념이 될 것이다.

결국 본부 차원에서는 적극적으로 학생사회에서 제기되는 불만을 해결할 자세를 보여야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일환으로 각 단과대에는 출입구에서의 흡연을 통제하도록 하는 권고문을 보내는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현재 학생들이 많이 흡연하는 구역 중 적절한 곳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노력을 할 필요성이 있다. 그 예로 많은 학생들이 찾는 관정관과 학생회관 사이의 비공식적인 흡연소에는 칸막이나 벽이 높은 개방형 흡연부스를 설치함으로써 간접흡연 피해는 줄이고 흡연시설은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많은 학생들이 촉박한 쉬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대부분 강의실 건물의 출입구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이에 본부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점, 혹은 학생들이 자주 흡연을 하는 건물 출입구 위치를 파악하여 개방형 흡연구역이나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총학생회의 경우도 더욱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필요성이 보인다. 2016년 58대 총학생회가 추진하던 사업은 그 다음 학생회의 사업으로 넘어갔으며, 이 또한 별다른 진척없이 다음 학생회로 인수인계되었다. 그 사이 공과대학 학생회는 단대 차원에서 흡연부스를 설치하였으나, 이는 공대학생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일 뿐 관악캠퍼스를 이용하는 모든 학생들이 찾을 수 있는 흡연공간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는 흡연구역 사업이 제60대 총학생회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총학 역시 본부와의 협력을 통해 조금은 더 학생들의 요구에 빠르게 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