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나는 연구를 좀 열심히 하고 싶어서, 서울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려고…”
B : “보다 활발하게 연구를 하려면 카이스트가 낫지 않을까? 연구중심대학이잖아”
A : “그런가? 그래도 서울대 공대가 더 많은 논문을 쓰지 않을까?”
C : “아니야. 저번에 뉴스에서 봤는데 이공계 특성화대학이자 산학협력대학인 포스텍의 연구경쟁력이 가장 좋대”
2017년 하반기 석‧박사 대학원 진학 시즌. 301동, 소위 윗공대 라운지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공대생들 사이에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하 서울대 공대),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스텍),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의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3개 학교들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연구 경쟁력만큼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서울대 공대보다 뛰어나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3개 대학 중 어느 대학이 가장 연구경쟁력이 떨어질까’라는 질문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을 때, 서울대생이 응답자 중 상당한 비율을 차지함에도 서울대 공대의 연구경쟁력을 제일 낮다고 보는 사람들이 1/3가량이나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위 세 개 대학 중 어느 대학의 연구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또 어느대학의 연구경쟁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본 기사에서는 대학원 진학 시즌에 맞추어 팩트체크를 진행해 보았다.
팩트체크를 실시하기 전에 먼저 공신력있는 각종 기관에서 행한 대학별 순위 지표를 살펴보았다.
먼저 QS대학평가를 살펴보자. QS 대학평가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uacquarelli Symonds(QS)’에서 매년 시행하는 대학들에 대한 평가표로 교육여건, 인프라, 연구경쟁력, 국제화수준 등 다양한 기준 하에 대학들을 평가하고 있다. 이 결과는 국내의 신문사 ‘중앙일보’도 인용하고 있을 만큼 공신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QS 대학평가에서는 여러 기준 중 연구 경쟁력 및 실적 지표로 ‘Papers per Faculty’를 두고 있는데, 2017년 최신자료에서 해당 지표의 점수를 살펴보면 3개 대학 중 포항공대가 99.5로 최고점을, 카이스트가 99.4로 2위를, 서울대학이 84.8로 3위를 기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수치만으로는 논문실적 면에서 서울대학교가 다른 두 학교에 비해 월등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는 종합대학인 서울대학교의 전체 평균을 과학중점대학인 다른 두 학교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였다는 문제가 있다.
또 다른 공신력 있는 대학평가로는 THE(Times Higher Education, 타임즈 고등교육)세계대학순위가 있다. THE 세계대학순위에서는 각 대학 평가결과에서 공학부문만의 연구 지표를 뽑아볼 수 있었는데, 최신자료를 기준으로 연구 경쟁력 점수는 서울대학교 공대가 85.5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카이스트가 81.2점, 그 다음으로 포스텍이 62.7점으로 가장 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평가기관들에서 발표하는 대학의 연구경쟁력 순위는 대중들에게 큰 신뢰를 얻지 못한다. 평가결과로 직접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보다 임의적으로 지표별 가중치를 매긴 후 자체적 환산식으로 순위를 도출해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과대학의 연구실적 관련 지표를 살펴보기 위해선 분야 간 분리가 필수다. 연구 생태계가 활성화 되어 논문이 많이 나오는 분야가 있고, 반대로 적게 나오는 분야도 있기 때문이다. 공과대학 내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전체의 평균을 낸다면 논문 하나하나가 중요한 산업공학이나 컴퓨터공학과 같은 분야의 연구경쟁력 지표에서는 결과가 대표성을 잃을 것이다.
이번 팩트체크 기사에서는 실제 각 학교의 ‘논문 게재 실적’ 데이터를 통해 연구경쟁력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논문 게재 실적은 실제로 위의 두 대학평가기관의 연구역량지표에 큰 비율로 반영된다. 또한 이는 한국연구재단의 정기적 간행물인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보고서’에서도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 연구 실적 분석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논문 게재 실적’은 각 대학의 연구경쟁력을 대표하지 못하는데, 논문의 ‘양’ 뿐만 아니라 논문의 ‘질’을 담보하는 피인용 지수의 고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본 기사에서는 게재된 논문 중 ‘SCI급/SCOPUS 학술지 게재 논문 수’만을 고려하고자 한다. ‘SCI’란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정한 품질과 피인용 횟수를 가지는 저널만이 SCI에 선정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권위 있는 SCI급 학술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대학의 연구능력을 평가할 때 ‘SCI급 논문횟수’를 집계한다. SCOPUS 또한 SCI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를 말한다.
또, 보다 더 자세하고 효과적인 비교를 위해, 공과대학 전체를 기계공학, 재료공학, 전기전자공학,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화학공학 6개 분야별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각 분야는 대학 간 서로 비교가 가능하도록 3개 대학 모두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분야로 선정하였다.
위 자료는 각 분야별로 1년 평균 몇 개의 SCI급/SCOPUS 논문이 게재되는 지에 대한 시각화 자료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운영 ‘대학알리미’의 공시자료에서 각 학과별 연구 현황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3개 분야에서는 카이스트가 각각 88.2건, 113건, 25.6건으로 가장 많은 논문을 게재하였고 산업공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3개 분야에서는 서울대 공대가 19.3건, 74.1건 83.9건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보였다. 포스텍의 경우 3개년 평균 총 SCI급 논문 게재수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전기전자공학 분야에서 카이스트가 서울대공대와 포스텍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SCI급 논문을 게재하였다는 사실이다. 2014년, 2015년, 2016년 연도별 자료를 보아도 이러한 경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위와 같은 결과는 대학이라는 하나의 거대 단위에서의 연구경쟁력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학 내부 단위 구성원들의 연구역량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지표는 되지 못한다. 실제로 옆의 자료(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보면 카이스트와 서울대 공대의 전임 교원 수가 포스텍에 비해 훨씬 많다. 이 규모의 차이는 상당히 커서 위의 SCI급 논문 총 게재 수도 분야별 전임 교원 수의 경향을 따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단위 구성원의 연구역량을 관찰하기 위해 전임교원 1인당 SCI급 학술지 게재 수 자료를 시각화 해보았다. 흥미롭게도 전임교원 1인당 게재수에서는 총 게재수 데이터와는 상이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3개년 평균 기준, 포스텍은 기계공학, 재료공학, 컴퓨터공학 3개 분야에서 각각 2.011건, 2.338건, 0.696건으로 가장 많은 SCI급 논문을 배출하였고 카이스트는 전기전자공학, 화학공학 2개 분야에서 각각 1.314건, 2.685건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서울대 공대는 0.993건으로 산업공학 1개 분야에서만 두각을 드러내었다. 연도별 자료에서도 서울대 공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을 보였던 2016년을 제외하고는 포스텍이 대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연구실적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위의 자료를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포스텍과 카이스트에서 서울대 공대보다 활발한 연구가 이뤄짐을 알 수 있었다. 학문의 역량을 단순한 정량자료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많은 수의 질 좋은 연구’가 이뤄지는 것을 연구경쟁력으로 본다면 ‘연구를 위해서 카이스트와 포스텍’이라는 말은 대체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교수진들과 연구실들이 뛰어난 연구역량을 갖는 것 뿐만아니라 학교 전체에서 얼마나 큰 규모로 연구가 이루어지는가도 연구경쟁력의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는 서울대 공대와 카이스트가 포스텍에 비해 좋은 연구 환경일 것이다.